[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7] 참나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7] 참나무 겨울이 되면 비등수에 올랐다. 아버지는 마을 어른들과 비렁에 기대 햇볕을 쬐고, 우리는 좀 더 올라가서 좋은 참나무를 하나씩 맡았다. 나는 나무 밑 흙이 보드라운 자리를 골랐다. 솔잎을 따서 바닥을 쓸고 모래미를 그러모으고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작대기로 금을 긋는다. 돌멩이를 주워서 울타리를 쌓았다. 납작한 돌을 줍고 집에서 갖고 온 사금파리나 옹기 접시 깨진 조각을 돌에…
- 숲하루 글쓴이
- 2021-11-29 17:1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6] 구기자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6] 구기자꽃 묵정밭에 풀이 자란 숲길을 내려오다 구기자꽃을 보았다. 작은나무에 열매도 몇 알 익어가는데 뒤늦게 보랏빛꽃이 피었다. 아홉이나 열 살 무렵에 장골에서 구기자를 땄다. 우리가 살던 집 뒤에 도랑이 있고 도랑 너머 감나무에 숙이네 소를 묶어 두던 풀밭이 있다. 숙이네 울타리이자 우리 집 울타리이다. 멧골에서 빗물이 흘러 지나가는 도랑둑에 우리 구기자가 한 그루 있었다. 윗집 …
- 숲하루 글쓴이
- 2021-11-29 17:17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5] 도끼비바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5] 도끼비바늘 고욤을 보려고 풀밭에 들어갔다. 사람 손길 닿던 밭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다 보니 풀이 허리까지 온다. 작은나무도 한 해 사이 허리만큼 자랐다. 풀을 발로 쭉 밀어 눕히면서 밖으로 그냥 나왔다. 바지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바지 올이 풀린 끝단과 신발에 풀빛 바늘도 붙었다. 어린 날에 밭에 갔다가 풀밭을 지나서 집에 오면 그때에도 옷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갈바람…
- 숲하루 글쓴이
- 2021-11-29 17:1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4] 쇠똥구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4] 쇠똥구리 여름이면 산을 둘 넘고 간지밭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 등성이를 올라 소를 먹였다. 잔디가 깔린 등성이다. 금서로 가는 갈림길인 오솔길에 소똥이 많았다. 마당에 소똥을 누면 삽으로 떠서 치우지만 숲길에는 그대로 있어 엉뚱한데 보다가 소똥을 밟기도 했다. 소는 길을 가다가도 꼬리를 들고 오줌을 누고 똥을 눈다. 물똥을 싸면 비켜섰다. 된똥은 땅바닥에 퍽 퍽소리 내며 진흙이 떨어…
- 숲하루 글쓴이
- 2021-11-29 17:16
[숲하루 발걸음 16] 삐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6] 삐라 어린 날에 소먹이러 가면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숲을 뒤지며 삐라를 찾는다. 나는 재 너머 숲에서 하나를 주웠다. 마을 언니 오빠는 몇 씩 줍던데 내 눈에는 삐라가 잘 안 보인다. 그때 숲은 요즘 숲과 달리 나무가 어렸다. 솔잎에 꽂히기도 하고 비에 젖었다가 마른 구겨진 종이는 풀밭에 드러났다. 내가 주운 삐라는 종이 돈 크기로 흑백 그림과 글씨가 적힌 듯도 하고 빨간빛이 적혔는지 …
- 숲하루 글쓴이
- 2021-11-14 22:2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3] 쥐똥꽃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3] 쥐똥꽃 쥐똥나무에 까치가 앉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직박구리가 시끄럽고 사납게 울어댄다. 작고 까만 열매가 송사리로 맺었는데 까치는 먹지 못하고 쫓겨갔다. 까만 열매가 쥐똥 닮아서 쥐똥나무 이름이 붙었지 싶은데, 열매가 많은 만큼 쥐도 많아 붙였을까. 어릴 적에 우리 집에 쥐가 많았다. 어머니가 집 둘레를 깨끗이 치워도 쥐는 어디 숨었다가 나오는지 담벼락이나 뜨락 따라 휙 지나가 부엌…
- 숲하루 글쓴이
- 2021-11-14 22:2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2] 고추잠자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2] 고추잠자리 담쟁이에 첫물을 들여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손에 앉았다. 한참을 꼼짝 않는다. 손을 가만히 멈추고 걸었다.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날아갔다. 어린 날 같으면 날아가기 앞서 얼른 잡았다. 여름이면 잠자리를 잡으러 쫓아다녔다. 마을을 벗어나 학교길 재를 넘으면 내리막 멧줄기가 아주 길었다. 학교 가는 길 반을 차지할 만큼 길다. 논밭 도랑길 따라 풀꽃나무…
- 숲하루 글쓴이
- 2021-11-14 22:29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1] 매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1] 매미 서울 매미는 똑같은 소리를 한꺼번에 터트리고 기운을 쓴다. 누구 소리가 높은가 내기하며 우는 듯하다. 노래라기보다 시끄러운 소리로 들린다. 깊은숲 매미는 서로 다르게 고운 소리로 끊어지고 이어지고 쉬었다가 한결 세게 힘을 싣는다. 어릴 적에 듣던 소리이다. 마을에 큰나무는 거의 없지만 멧골 감나무에서 매미 울음이 들려온다. 뒤 안에 심은 감나무에 붙은 매미를 잡으려고 손가락을…
- 숲하루 글쓴이
- 2021-11-07 19:30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0] 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0] 밤 한가위에 마을 동무와 금성산에 올랐다. 풀을 헤치고 길도 아닌 비탈진 자갈을 밟고 오른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돌을 밟다가 돌이 굴러떨어져도 올랐다. 더 올라갔다가 내려올 적에는 썰매를 탈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길이 가팔라 중턱에서 멈추었다. 끝내 끝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밤을 서리했다. 밤나무 곁에 떨어진 밤을 까니 굵었다. 나무를 흔들어 밤송이를 떨어트…
- 숲하루 글쓴이
- 2021-11-07 19:26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9] 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79] 재 우리 집 아궁이는 네 군데가 있어 돌아가며 재를 퍼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보드라운 재가 쌓인다. 나는 재를 퍼내는 심부름이 싫었다. 가루가 날고 무거운 망태를 들고 높은 부엌문을 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재가 가득 차면 삽으로 퍼내야 아궁이에 넣은 나무가 솥바닥에 닿지 않는다. 새끼를 꼬아 만든 무거운 삼태기에 재를 퍼담아 거름에 쏟아붓는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는…
- 숲하루 글쓴이
- 2021-10-23 1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