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우리말 1
- 한실 글쓴이 purnhansil@hanmail.net
- 올림 2026.03.19 21:03:09
쉽고 재미있는 우리말 – 삶 속에서 살려 쓸 우리말 -
올해 글쓰기 겨울 배움터에서 “우리말 살려쓰기” 이야기를 마치고 오면서 아름다운 온갖 우리말을 알려주려는 마음에서 너무 ‘낯선 말 보기’를 많이 들었나 싶어 돌아보아졌습니다. 삶 속에서 쉽고 재미있게 바꿔 쓸 우리말이 많다는 걸 보기를 들어가며 얘기를 했다면 더 좋았겠다 싶어 이 글을 씁니다.
널리 쓰는 말 ‘수염’ 우리말은 ‘나룻’입니다. 귀밑에서 턱까지 난 나룻을 뜻하는 구레나룻은 아직 살아있는 우리말입니다. 짧고 성기게 난 구레나룻은 가잠나룻이라 하고, 귀밑에 나룻이 많이 난 사람은 귀얄잡이라고 하는데, 짧고 더부룩하게 나룻이 많이 난 사람을 이르는 텁석부리와 비슷한 말입니다.
‘되술레잡다’는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이 도리어 남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인데 요즘 한참 아람(백성)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려다가 제 덫에 걸린 큰 머슴 같은 이를 두고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되모시’는 짝맺이(혼인)했다가 그만두고 와서 아가씨(처녀)처럼 구는 사람을 이르는 말인데, 요즘 널리 쓰는 말 ‘돌싱’을 갈음할 우리말입니다.
‘귀받이’는 낳보(생산자)나 몬(물건) 임자가 주릅(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쓰는이(소비자)와 바로 사고파는 일을 뜻하는데 왜말 ‘직거래’를 갈음할 우리말입니다.
‘그느르다’는 ‘감싸서 보살펴주다’는 뜻인데, ‘그느름이’는 왜말 ‘보호자’나 ‘후견인’을 버리고 마침맞게 쓸 우리말입니다.
‘그릇지이’는 여름지이(농사)를 잘 못 지어 가을걷이가 변변찮을 때 썼던 말인데, ‘흉작’에 밀려난 말이고, 거꾸로 ‘풍작’은 ‘넉넉지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수지 타산이 맞다’에 쓰는 ‘수지’란 말은 ‘나들’, ‘나들돈’이라 썼던 우리말을 밀어내고 자리잡은 왜말입니다.
‘사면팔방’은 ‘네낯여덟쪽’입니다.
우리 겨레가 ‘소리마디’를 ‘낱내’라 했는데, 두 말 다 왜말 ‘음절’에 밀려난 셈입니다.
치매나 노망, 망령은 거의 같은 뜻으로 쓰는 말인데 ‘늙얼빔’(늙어 얼이 빔)으로 바꾸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늡늡하다’(너그럽고 씩씩하다) 같은 말 널리 쓰면 좋겠지요? ‘저 젊은이는 훤칠하고도 늡늡해 따르는 가시나가 많다네’처럼요.
‘널밥 좀 줘’라는 말은 널뛰기하며 살던 때인 예순 해 앞만 해도 여남은 살만 되어도 다 알던 쉬운 말인데 널뛰기가 사라진 오늘날은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널밥은 ‘널뛰기할 때 몸무게에 따라 가운데 굄으로부터 두 쪽으로 저마다 차지하는 널 길이’란 뜻입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아이들 놀이인 ‘시소’는 우리말로 ‘널방아’라 하면 멋지지 않아요?
이틀에서 고름이 나는 앓이인 우리말 ‘너리’는 거의 아무도 모르지만 ‘치조농루’란 어려운 왜말은 아는 이가 있습니다. 우리말은 안 가르치고 왜말을 가르쳐 온 탓입니다.
‘셔터’도 옛날엔 ‘널빈지’ 또는 ‘빈지’라 했습니다.
‘영구차’는 ‘널수레’가 되고요. 판자집은 ‘널집’이지요.
‘할부’는 ‘드림셈’이란 우리말이 있고요.
요즘 흔한 투기꾼은 ‘듣보기장수’라고 불렀지요.
훨씬 더 쉬운 우리말도 한자말에 밀려 안 쓰게 되면서 우리말이 자꾸 밀려납니다.
왼돌아, 왼돌이나 오른돌아, 오른돌이는 좌회전과 우회전을 갈음할 우리말인데, 오늘날 수레(차)를 많이 끌고 다니는 누리(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꼭 바꿔 쓸 말입니다. 직진도 ‘똑바로’ 또는 ‘바로 감’이라고 바꾸고요. 커브 길은 ‘굽은 길’입니다.
우측보행, 우측통행, 좌측보행, 좌측통행 같은 말도 오른쪽걷기, 왼쪽걷기로 마땅히 바꿔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회로는 ‘돌음길’, ‘돌림길’입니다. 종요로운 일은 머리로 아는 것보다 내 말살이를 바꾸는 일입니다. 우측, 좌측이란 말을 쓰지 말고 오른쪽, 왼쪽이라고 써 버릇하는 일입니다.
뒷배를 봐주는 사람을 ‘벗바리’라 하는데, ‘후원자’나 ‘스폰서’를 갈음할 말입니다.
예문은 ‘보기글’, ‘예컨대’는 ‘보기컨대’나 ‘이를테면’으로 바꿉니다.
농경지, 경작지는 널리 쓰던 ‘부침땅’이나 ‘갈이땅’을 밀어내고 자리 잡았지요.
전병 같은 말도 옛날엔 다 ‘부꾸미’라 했지요. ‘전’도 널리 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 앞에는 다 부침, 부침개, 부치개, 지짐, 지짐이 같은 말을 썼어요.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 어떤 일이나 몬, 말과 짓을 꺼림’을 뜻하는 ‘사위’란 말은 좀 낯선 말인데 ‘금기’란 왜말과 ‘터부’란 꼬부랑말에 밀려 자취가 사라지려 합니다.
‘반항심’ 같은 말도 옛날엔 ‘배알티’라고 했지요.
호미에 녹이 슬었다 할 때 ‘녹’도 우리말 ‘보믜’를 밀어내고 자리잡은 말입니다.
‘빠루’라고 널리 쓰는 왜말도 우리말이 없었던 게 아니고 ‘배척’, ‘쇠지레’ 같은 우리말이 멀쩡히 있었지요. 그런데 일터에서 널리 쓰는 바람에 우리말이 밀려난 겁니다.
오늘날 일본말에서 온 ‘음식’이 가장 널리 쓰는 말인데 그 앞에는 맛갓, 먹을 것, 먹을거리 같은 말을 썼습니다. 맛갓이 가장 널리 쓰였던 말인데 이제라도 ‘음식’을 쓸 자리에 ‘맛갓’을 써 가면 좋겠어요.
늘 얘기합니다만, 우리말이 밀려나는 가장 큰 까닭은 나라에서 쓰는 말이 우리말을 버리고 왜말을 쓰고, 배곳(학교)에서 우리말을 가르치기보다 왜말을 훨씬 많이 가르쳐서 우리가 왜말살이하게 되었습니다. 배곳 배움책을 배달말로 바꾸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고, 그 앞이라도 가르침이(교사)들이 앞장서 배움책에 나오는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꿔서 가르쳐가면서 차츰 배움책(교과서)도 새로 짓는 짜임을 꾸려가야겠지요.
이 일은 배곳 가르침이들이 꼭 해내야 할 몫이라고 봅니다. 가르침이들 사이에서 그런 움직임이 열매를 맺어 하루빨리 이 일이 비롯되기를 바랍니다. 배달글쓰기배움모임(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같은 곳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