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겨레소리

책숲마실 ―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숲마실

​길손빛

―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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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무르익는 새벽에 마을 앞에서 택시를 타고서 녹동나루로 갑니다. 오늘은 작은아이하고 제주로 이야기마실을 갑니다. 제주 〈노란우산〉에서 8월 동안 ‘노래그림잔치(시화전)’를 열면서 이틀(27∼28) 동안 우리말·노래꽃·시골빛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를 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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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아침나절에 배를 네 시간 달리는데, 손님칸(객실)에 불을 켜 놓는군요. 밝을 적에는 햇빛을 맞아들이면 즐거울 텐데요. 손님칸이 너무 밝고 시끄럽다는 작은아이하고 자주 바깥으로 나가서 바닷바람을 쐽니다. 이제 제주나루에 닿아 시내버스로 갈아탔고, 물결이 철썩이는 바닷가를 걸어서 〈바라나시 책골목〉에 들릅니다. 무더운 날씨라지만, 이 더위에는 뜨거운 짜이 한 모금이 몸을 북돋울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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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건 바깥에서건, 아이라는 마음빛을 품고서 살아가는 어른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시골길이건 서울길(번화가)이건 언제나 즐겁게 맞이하면서 다독이고 삭이자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아이하고 어깨동무할 살림터요, 우리가 쓸 글은 아이하고 노래하듯 여미고 나눌 생각이 흐르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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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는 배에서 내려 〈바라나시 책골목〉으로 걸어오는 길에 본 제주 모습을 글붓으로 슥슥 그립니다. 저는 배를 타고 오면서 떠올린 이야기를 쪽종이에 열여섯 줄 노래꽃으로 옮겨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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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온’은 셈으로 ‘100’입니다. ‘온통·온갖·온마음·온누리’에 깃들어 살아온 이 말씨는 ‘오르다·오롯하다·옹글다·올차다·옳다’에다가 ‘옷’이라는 낱말을 이루는 뿌리인 ‘오’를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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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잘’은 셈으로 ‘10000’입니다. ‘잘하다·잘나다’에 스며 이어온 이 말씨는 ‘자’를 뿌리로 삼으며, ‘자다·자라다’하고 맞물립니다. 셈으로 ‘억’을 가리키는 ‘골’은 ‘골백번’에 남아 잇기도 하지만, ‘골골샅샅·골짜기·멧골’이라든지 ‘골·고을’로도 잇고 ‘골(뇌·두뇌)’하고도 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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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거나 놀랍다 싶은 텃말(토박이말)을 캐내어 외워야 우리말을 사랑하는 길이지는 않습니다. 늘 쓰는 수수한 말씨에 깃든 뿌리를 가만히 짚으면서 우리 마음을 이루는 바탕에 어떤 숨결과 살림결이 스몄는가를 읽을 줄 알면 즐거울 ‘우리말 살려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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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할 적에 말을 말답게 살리고, 말하기를 하면서 말을 말스럽게 돌보는 실마리를 누구나 헤아리기를 바라요. 투박한 말씨 하나로 말밑뿐 아니라 밑넋을 북돋웁니다. 스스로 삶을 한결 깊고 넓게 사랑하는 길은 ‘쉬운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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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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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마나 마하리쉬/이호준 옮김, 청하, 1987.4.25.첫/20111.10.13./고침5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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