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겨레소리

푸른책 읽기 18 천천히 읽기를 권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18

읽어치우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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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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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야마무라 오사무, 송태욱 옮김, 샨티, 2003)은 ‘천천읽기’나 ‘느릿읽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좋은읽기·나쁜읽기’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느슨읽기·느긋읽기’나 ‘가만읽기·찬찬읽기’로 저마다 스스로 ‘삶읽기·살림읽기’를 거쳐서 ‘사랑읽기·숲읽기’로 나아가자고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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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일거리가 넘치는 오늘날 천천히 읽거나 느릿느릿 읽는다면 뒤처진다고 여길 만합니다. 느슨히 읽거나 느긋이 읽다가는 줄거리를 종잡지 못한다든지 글도 못 쓰겠거니 여길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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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왜 빨리 가야 할까요? 왜 빨리 죽어야 할까요? 왜 빨리 먹어야 할까요? 왜 빨리 늙어야 할까요? 빨리 죽고 싶지 않다면서 정작 빨리 달리지 않나요? 빨리 늙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막상 빨리 먹어치우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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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이었지 싶은데 민음사에서 엮음빛으로 일하는 분이 제 단골책집으로 찾아와서 함께 책을 내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민음사처럼 커다란 곳에서 책을 낼 생각은 터럭만큼도 없는걸.” 하고 생각했으나, 그곳 엮음빛이 들려주는 말을 찬찬히 듣고서 되물었어요. “아니, 편집장님이 한 해에 책을 쉰 자락씩 엮어내야 한다면 거의 이레마다 내는 꼴인데, 그러면 글손질(교정·교열)은 어떻게 해요?” 그때 그 엮음빛은 스스로 책이 아니라 쓰레기를 내놓는다고 느껴서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히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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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즐겁게 읽는 사람은 ‘책이 쏟아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책을 안 읽거나 모르거나 책읽기가 지겨운 사람이 으레 ‘책이 쏟아진다’고 말합니다.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사람한테 맞추어 태어납니다. 그래서 다 다른 고장마다 책숲(도서관)은 매우 넓어야 하고, 다 다른 사람이 스스로 살필 책을 골고루 오래오래 건사할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거의 모든 책숲은 마치 빌림터(대여점)로 굴면서 책을 자주 쉽게 버릴 뿐 아니라, 잘팔리는책(베스트셀러)에 너무 꽂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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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보면 글을 쓰거나 책을 내놓는 사람들 스스로 ‘좋아하는 갈래’만 더 북돋운다고 할 만합니다. ‘모든 갈래가 새롭게 어우러지면서 다 다르게 빛나는 무지개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길’이 아닌 ‘몇몇 글님·펴냄터에 쏠린 책밭’으로 내몬다고 느낍니다. 이런 얼거리를 바꾸어 내는 힘 가운데 마을책집이 있습니다. 책을 더 많이 팔려는 뜻으로 여는 마을책집이 아니기에, 마을책집은 오늘날 이 나라 굳어버린 책밭을 바꿀 만합니다. 마을책집은 잘팔리는책을 하루에 열스물씩 팔려는 데가 아닙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누릴 책길을 헤아려 찬찬히 이끌고 ‘느긋이 기다려서 책을 받도록’ 징검다리 노릇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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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치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읽어치울 책은 처음부터 사지도 들추지도 만지지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읽으려고 손에 쥡니다.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밝히려는 뜻이기에 이 삶을 들여서 가만히 읽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짓는 어진 사람으로 노래하면서 아이들한테 살림을 물려주려고 오늘 하루를 들여서 차근차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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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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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한 쪽 읽는 데 1초, 좀 늦더라도 2,3초’라는 읽기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은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굳이 심신에 무리를 주면서라도 훈련을 거듭하면 나한테도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나 빠른 속도로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것을 모르겠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엉터리 책 그리고 나의 대량 독서술, 경이의 독서술》은 서평집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예로 들고 있는 책 가운데 5분이나 15분에 읽어버리고 싶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매력이 있을 것 같은 책이라면 여느 때처럼 느릿느릿 읽고, 읽고 싶지 않은 책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손에 들지 않는다.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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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다치바나 다카시)이 주장하고 권유하는 독서법은 그들 외에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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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글자를 좇아가다 보면 그에 따라 정경이 나타난다. 눈의 활동이나 이해력의 활동이 다 갖추어진다. 그때는 아마 호흡도 심장 박동도 아주 좋을 것이다. 그것이 읽는다는 것이다. 기분 좋게 읽는 리듬을 타고 있을 때, 그 읽기는 읽는 사람 심신의 리듬이나 행복감과 호응한다. 독서란 책과 심신의 조화이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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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있어서 책을 읽을 때 나는 그것을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읽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살펴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참조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설령 한 권의 책을 읽고 기획서나 리포트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나에게는 그것을 두고 독서라고 말하는 그런 감각이 없다. 물론 필요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띄엄띄엄 읽기도 하고 건너뛰며 읽기도 한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띄엄띄엄 다 읽고 난 뒤, 나는 그것을 독서한 책의 권수로 세지 않는다. 나만이 아닐 것이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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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서는 하루에 30분이라도 낮잠을 자야 한다고 쓴 신문 기사를 보고 웃고 만 적이 있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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