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1 설거지
나는 밥을 짓습니다. 눌은 판을 불에 올립니다. 짝은 옆에서 무를 갈다가, 어느새 눌은 찌꺼기를 벗겨 놓습니다. 이밖에 다른 설거지를 옆에서 뚝딱뚝딱 하는군요. 집에서 큰일을 치르고 나면 개수대가 수북합니다. 언제 이 설거지를 다 하느냐 싶지만, 곁에서 거드는 손길이 있으니 하나둘 사라집니다. 국을 담던 나무그릇도, 지짐이를 올린 나무접시도, 술을 올리던 그릇도, 하나하나 비누 거품을 내고서 헹구고는 마른행주까지 써서 반들반들 닦아 놓습니다. 나는 밥을 짓다가 흘금흘금 구경합니다. 설거지뿐 아니라 비질에 걸레질도, 빨래에 옷개기도, 살림을 치우고 돌보는 모든 일도, 혼자보다는 둘이서 거뜬히 가볍게 후딱 할 만합니다. 예전에 울 엄마는 쌀뜨물로 그릇을 부셨어요. 구정물을 버리고 맑은물로 한두 벌 헹구고서 마당에 나비물을 뿌렸지요. 오늘 나는 둘이서 짓는 부엌살림을 누립니다.
2024. 1. 3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