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61 구경그림
이오덕 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끌어낸 멧골아이 그림을 처음 본 1994년에 깜짝 놀랐어요. 멋스러이 그리도록 안 다그친 어른이 있는 줄, 아이마다 다른 붓결을 살리는 상냥한 어른이 있는 줄,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그리도록 북돋운 어른이 있는 줄 처음 보았습니다. 스무 살까지 살며 구경한 그림은 말 그대로 ‘구경그림’입니다. 여덟 살에도, 열네 살에도, 열일곱 살에도, 배움터에서는 ‘구경하는 그림(풍경화)’만 그리도록 내몰았고 가르쳤어요. 구경하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숲을 마주하면서 담아낸 그림은 숲빛이 아름다워요. 풀꽃나무를 지켜보면서 담아낸 그림은 푸르게 너울거리면서 빛나지요. 냇가나 바닷가에 나가서 그릴 적에는 온몸하고 온마음이 확 트입니다. 그러니까, 배움터도 냇가나 바닷가처럼, 들이나 숲처럼, 멧골이나 시골처럼, 파란하늘에 푸른들을 넉넉히 품는 곳에서 홀가분히 펼칠 적에 아름다이 배우고 가르칠 만하다고 느낍니다. 팔짱을 끼듯 냇물 너머 불구경을 하는 그림이 아닌, 삶을 스스로 짓고 맛보면서 담아내는 ‘삶그림’으로 나아간다면, 천천히 ‘숲그림’에 ‘푸른그림’으로 피어날 테지요. 저는 숲그림이·삶그림이가 되려 합니다.
구경그림 (구경 + 그림) : 구경하면서 담은 그림. 마음을 기울이거나 좋아하면서 차근차근·하나하나·두루 보면서 담은 그림. 눈으로 가볍게·살짝·문득·어렴풋이 보면서 담은 그림. 스스로 나서거나 할 만하다고 여기지 않으면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담은 그림. 스스로 겪거나 맞이하거나 하면서 담은 그림. (= 숲그림·푸른그림·풀빛그림. ←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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