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00] 밑바닥
며칠째 일꾼찾기 글을 올린다. 학생 일꾼이 나가려고 한대서 여러 곳에 띄운다. 일꾼찾기를 올리면 어느 때는 사람이 몰리기도 하는데, 요 며칠은 잘 안 모인다. 몇 사람을 살피는데, 막상 일하겠다고 오려는 사람은 집이 멀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막차를 타면 된다고 하지만, 여름 지나고 겨울이 오면 힘들 텐데 싶어, 오래 일을 하지 못하고 그만둘까 싶어, 하마 시름시름 한다.
“근데 학생 일꾼은 왜 벌써 그만둔대요?”
“응, 군대 가서 죽을까 봐 덜덜 떨더라.”
“군대? 아, 군대가 두렵구나”
“그래서, ‘니 군대 가서 죽을라 해 봐라. 죽는가? 절대 안 죽는다. 니 죽을까 봐 길에는 어떻게 걸어다니노?’ 하고 말해 보는데 안 돼.”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학생은 학교도 그만 다닌다고 한다. 죽을까 봐 밖에도 잘 안 돌아다닌다고 한다. ‘지구가 곧 망하는데 일 안 해도 된다’고 믿는 아이다. 대학생이라면 꿈이 있을 텐데 하루 벌어 하루 살려고 한다. 어쩌다 꿈조차 꾸지 않는지 가만히 보니 어버이 삶이 바닥이라고 한다. 어버이가 갈라서니 학생을 둘러싸는 사랑이 없으니, 어릴 적부터 본 대로 바닥살이를 그대로 되물림하는 듯하다. 가장 가까이 있는 어버이가 가르쳐 주고 말해 주어야 할 일을 남이 알려줄 수는 없겠지.
우리 아들이 군대에 갈 무렵을 떠올리면, 나도 참 걱정했다. 이 학생 일꾼처럼 잘못될까 걱정했다. 요즘은 예전에 대면 많이 나아졌고, 군인으로 끌려가도 적잖게 돈(군인 월급)을 받는 듯한데, 그래도 두려운 마음은 떨치기 어려운 듯싶다. 총을 들어야 하기에 두려울지 모르지. 총을 들어 남을 죽이는 훈련을 받기가 싫을 수 있겠지.
군대에서 좋은 일이 있기는 안 쉬우리라 생각한다. 내가 여자라서, 아줌마라서, 군대를 모를 수 있다. 우리 아들이 군대를 다녀왔어도 아들이 겪은 일일 뿐이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어디이든 처음 부딪혀야 하면 낯설고 두려울 테지만, 다르게 보면 새로운 길일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총을 쥐어야 하는 군대가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차분하면서 따뜻하게 돌보는 길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회사도 직장도 공장도 알고 보면 군대 비슷하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따돌리거나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니, 학생 일꾼이 군대를 앞두고 몇 달이나 남았어도 벌써부터 벌벌 떨 수 있다. 작은 목소리나 마음을 회사나 직장이나 공장이 받아들여 주는 일은 드물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마음을 나눌 사이로 지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꿈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면 좋을 텐데.
2023. 05. 2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