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빈곳
허리 굽힌다
빈손이다
촤르륵 연다
아침햇살 지피던 그곳인가
수건 석 장 쌓였다
책상 곁에 둔 빨래바구니
째려본다
옷장 열린 틈으로
이 옷 안 입는다고
옷걸이 흔드는 소리
다시 닫는다
귓전에 들리는 아들 목소리
멋내기에 쑥스러워 슬그머니 닫던
모두 그대로 멈춘
빈곳
아이 그림자만 찾는다
열 몇 해 같이 살았나
너와 나
옛하루 살던 그곳
닫는다
2023.03.28. 숲하루
#열린시학2023봄호
#김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