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81] 모든 날

2023.03.10 15:40:22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1] 모든 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본 지 일곱 달이다. 여기에는 고요히 글을 올린다. 처음 인스타그램에 들어오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알림으로 떴다. 뜨면 지웠다. 내 하루를 엿보는 듯해서 막았는데 아마 백쉰을 넘는 듯하다.

 

가까운 사람도 없지만 둘레 사람일수록 모르는 게 낫다고 여긴다. 마음이 쓰이면 감추고 마음이 안 가볍다. 우리 집 아이들을 동무로 삼고 싶지만 우리 아이들도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시시콜콜 얘기한다는 둥 토를 달는지 몰라 얌전히 있는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딸 얼굴이 자꾸 뜬다.

 

문득 딸아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둘러본다. 모두 새사람하고 찍은 사진이네. 어, 우리 아들이 좋아요 눌렸네. 덩달아 아들아이 인스타그램도 구경한다. 아들은 글을 여섯 올렸다. 다시 딸아이 칸으로 와서 사진을 크게 해서 보노라니 새사람 인스타가 이어진다. 새사람은 온통 딸하고 찍은 사진이다. 우리 새사람이 언제쯤 열었나 보다가 동영상을 본다. 어, 노래 부르네. 내가 새사람 노래를 무척 듣고 싶었는데 여기서 듣네.

 

가만히 들으며 노랫말 몇 마디를 옮겨적어서 찾아본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노래라고 한다. 노랫말이 ‘네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나’ 로 여는데 잔잔하다. 2018년에 불렸네. 우리 딸을 만났을 무렵 같은데, 사랑이 싹트는 노래이지 싶다. 새사람은 잔칫날에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가 몸이 안 좋아 다른 사람이 부르고, 설에는 애들끼리 가서 불렀는데, 설에는 새사람 노래를 듣지 못했다. 목소리도 노래도 달콤하다.

 

새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손전화에 담는다. 담아서 듣다가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찾아본다. 자꾸 듣다 보니 이 노래가 좋다. 차를 몰고 다닐 적에 들어야지.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가 놓쳐버린 일 가운데 노래와 춤이 있다. 즐거운 자리에서도 춤을 멈칫멈칫 누리지 않았고, 노래도 너무 멀리 두며 살았다.

 

노래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노래방에만 가면 몸이 굳는다. 노래를 시킬까 싶어 조마조마했다. 시키면 노래방에서 나가겠다고 말하면 둘레에서 봐주곤 했다. 예전에는 노래방에 들어가서 꼭 돌아가면서 억지로 시켜서 어찌저찌 비껴가느라 바빠서 눈치만 봤다. 다들 노래방에 가면 서로 노래를 부르려고 하고, 하나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데, 나는 늘 뒤로 빼고 앉아서 얌전히 듣기만 한다. 좀 떨어져 앉아서 가락에 맞추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이제는 목이 간질간질 떨림이 가끔 있어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말문이 트면 나아지지만 가락에 맞추어 소리를 내는 일은 자신도 없고 목도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데 가수가 불러도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던 노래를, 우리 집 새사람이 부르니 어쩐지 가슴에 꽂힌다. 가수 목소리보다 우리 새사람이 부르는 목소리가 나은 듯하다. 곧 눈앞에서 새사람 노래를 딸아이 곁에서 듣는 날이 있겠지. 언제쯤이려나. 새사람 인스타에 쪽글을 남겨 볼까. 다음에 대구에 오면 노래 좀 불러 달라 할까.

 

2023. 02 .22.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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