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65] 동백 들이다

2023.02.09 07:43:1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5] 동백 들이다

 

먼저 일 나가는 곁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회에 언제 갈려노. 의성도 들르고 오자.”

“아, 난 주말에는 바람 쐬고 싶은데.”

“참, 동백을 찾아보니 네 군데 있더라. 니 말대로 부산에 동백섬도 있대. 주말에 통영 장사도에 갈래?”

 

며칠 흐름이 깨지니 몸이 쑤신다. 머리도 한몫 거든다. 깡통이 머리에 든 듯하다. 설날에 읽으려고 꺼낸 책을 펼치니 안 읽힌다. 설날이면 보던 우리 소설이 생각났다. 꾸러미로 들인 책을 훑다가 다른 책을 펼친다. 어제는 제법 읽히더니, 책을 읽다가 동백이 언제쯤 꽃이 활짝 피려나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러다가 벌떡 일어난다.

 

동백을 안 보고는 못 견딜 듯하다. 요즘 몸이 자주 발끈하네. 해가 더 저물 텐데 꽃집으로 가자고 안달이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차를 몰았다. 밖은 추워도 차에서는 따뜻하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좋다. 자리를 뜨끈뜨끈 데운다.

 

꽃집 앞에 선다. 꽃집은 날이 추우니 꼭꼭 닫아건다. 쉬는날 같지만 웅크릴 뿐이다. 한 집 한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동백이 한두 포기뿐이네. 어떤 집은 복숭아빛이 도는 서양동백이네. 이 아이는 삼색동백이네. 아, 내가 찾는 동백은 없고, 지난해 키웠던 장미동백인 겹동백이 있는 집을 찾아 되돌아간다. 꽃집 이름을 안 보고 나왔더니, 다시 찾아가는데 처음처럼 하나하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이럴 적마다 왜 이리도 굼뜬가 하고 돌아본다. 예전에는 눈치가 빨랐는데 이제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손발이 힘들다.

 

꽃집 한 곳에 겹동백이 많다. 벌써 꽃이 활짝 피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더 있나 두리번거린다. 저쪽 끝에 동백이 몇 그루 있다. 안쪽 동백나무는 꽃망울이 이제 은행알만큼 작게 맺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겠구나. 하나둘 피면 보는 재미가 클 듯하다. 꽃망울이 많고 밑둥이 튼튼한 아이를 고른다. 나뭇가지가 파릇파릇하다. 흙에 이끼도 끼었다. 꽃집 이름을 외우면서 차를 가지러 갔다. 아저씨가 뒷자리에 실어 준다.

 

새로 들인 작은 동백나무를 바깥마루에 둔다. 오늘은 무척 춥다는데 하루만 안쪽에 넣자 싶어 다시 수건을 깔고서 마루에 들인다. 지난해는 물을 제때 안 줘서 나무가 말랐다. 올해에는 같은 잘못을 하지 말아야지. 흙이 바짝 마르면 물을 흠뻑 주랬지. 흙을 만져 본다. 촉촉하다. 마루에는 해가 들어 잎이 마를지도 모르는데, 너무 따뜻하면 꽃이 피지도 않고 뚝 떨어진다던데, 보고 만지고 또 본다.

 

동백이 뭐라고 나를 이토록 부를까. 나무에 꽃이 함박처럼 피었다가 땅에 톡 떨어지면서 봉오리를 머리에 그리는 듯하다. 이제는 어릴 적처럼 흔히 보지 못하기에 자꾸 보고 싶어서 동백을 찾는 듯하다.

 

2023. 01. 26.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Copyright @배달겨레소리 Corp. All rights reserved.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5길 189-8 등록번호: 경북, 아00595 | 펴낸날 : 2020.6.8 | 펴낸이 : 최석진 | 엮는이 : 박연옥 | 전화번호 : 010-3174-9820 Copyright @배달겨레소리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