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4
― 햇빛따라
누리책집에 내 책이 들어갔다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궁금해서 들어가서 보고
잘 있나 싶어 또 가서 보고
좀 팔리나 싶어 다시 가서 보고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누가 사주는지 몰라도
35, 29, 30, 20, 14
널을 뛰는 듯하지만
무슨무슨 자리에 올랐다는 말에
덩실덩실 궁둥춤이다가
끙 이맛살을 찡그린다.
내가 내 책을 사면
저 자리가 더 올라갈까?
두근두근
내 책을 내가 사 본다.
이튿날 어떤 자리일까?
아니
이렇게 내 자리를 높이면
거짓말 아닌가?
아이 셋을 낳아 돌보며
아이들더러 거짓말 말고 참말 하면서
착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았나?
이미 누리책집에서 산 책은
되돌릴 수 없는 짓.
부끄럽구나
어미 된 사람으로서.
2022. 12. 2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