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4
ㄱ. 반역적 기운생동 느낌 받는 것
반역(反逆/叛逆) : 1. 나라와 겨레를 배반함 ≒ 난역·오역 2. 통치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빼앗으려고 함
기운생동(氣韻生動) : 1. 기품이 넘침. 뛰어난 예술품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2. [미술] 동양화에서 쓰는 육법의 하나. 천지 만물이 지니는 생생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옛 글바치는 한자를 드러낸 한문만 글로 쳤고,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뒤부터 까맣게 한자를 밝히며 일본글을 토씨로 붙여야 글로 여겼는데, 요새는 무늬만 한글이면서 한자말을 가득 엮어서 옮김말씨로 꾸며야 멋스럽다고 보는구나 싶습니다. “반역적 기운이 기운생동하고 있다”는 뭔 소리일까요? “기운이 기운생동”이라니 얄궂습니다. 우리말 ‘기운’하고 한자말 ‘氣韻’을 말장난처럼 나란히 놓으며 얄궂고, “느낀다”라 끊을 대목을 “느낌을 받는 것이다”처럼 자잘하게 늘리니 더 얄궂어요. ㅅㄴㄹ
반역적 기운이 기운생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 꺼리는 기운이 빛난다고 느낀다
→ 얼굴돌리는 기운이 샘솟는다고 느낀다
→ 뒤엎는 기운이 일어난다고 느낀다
《평론가 매혈기》(김영진, 마음산책, 2007) 299쪽
ㄴ. 그림의 일부는 종이의 하얀색
일부(一部) : = 일부분
일부분(一部分) : 한 부분. 또는 전체를 여럿으로 나눈 얼마
색(色) : 1.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강,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물감 따위의 안료 2. 같은 부류가 가지고 있는 동질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말 3. 색정이나 여색, 색사(色事) 따위를 뜻하는 말
칠하다(漆-) : 1. = 옻칠하다 2. 면이 있는 사물에 기름이나 액체, 물감 따위를 바르다
하얀종이에 무엇을 그릴 적에 그냥 두기도 합니다. 종이결을 하얗게 살리는 셈입니다. 하얀종이를 쓰니 하얀빛이고, 흰종이를 쓰니 흰빛입니다. “종이의 하얀색”이 아닌 “하얀 종이빛”입니다. “색이 그대로 빛나도록”은 겹말이에요. 이 보기글은 “종이를 하얗게 두었습니다”로 손질합니다. 그림 한켠이나 한쪽은 ‘그대로’ 둔다고 할 적에는 “빛깔을 안 바른다”는 뜻이니, 새삼스레 겹쳐서 쓰지 말고 ‘그대로’나 “빛깔을 안 바른다”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쓰면 됩니다. ㅅㄴㄹ
그림의 일부는 색을 칠하지 않고 종이의 하얀색이 그대로 빛나도록 했습니다
→ 그림 한켠은 하얀종이를 그대로 빛냈습니다
→ 그림 한쪽은 빛깔을 안 바르고 종이를 하얗게 두었습니다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칼 라르손·폴리 로슨/김희정 옮김, 알마, 2021) 10쪽
ㄷ. 한데 열렬한 호응을 얻은 것은
출간(出刊) :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 = 출판
열렬(熱烈/烈烈) :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이나 태도가 매우 맹렬함
호응(呼應) : 1. 부름에 응답한다는 뜻으로, 부름이나 호소 따위에 대답하거나 응함 2. 서로 기맥이 통함
결과(結果) : 1. 열매를 맺음. 또는 그 열매 2. 어떤 원인으로 결말이 생김. 또는 그런 결말의 상태 3. 내부적 의지나 동작의 표현이 되는 외부적 의지와 동작 및 그곳에서 생기는 영향이나 변화
‘그러하다’는 ‘그러한데’ 꼴로 씁니다. 앞자락 ‘그러’를 덜어 ‘한데’ 꼴로 안 씁니다. 책은 나오거나 펴내거나 내거나 내놓습니다. “열렬한 호응”처럼 ‘ㄴ’으로 이으면 옮김말씨예요. “뜨겁게 반겨”나 “널리 읽어”로 손질합니다. ‘것’을 “호응을 얻은 것은 뜻밖의 결과였다”처럼 임자말처럼 쓰지만, 이 대목도 옮김말씨예요. “뜨겁게 반겨 주니”나 “널리 읽어 주니”처럼 앞자락을 손질하고, “뜻밖이었다”처럼 뒷자락을 손질합니다. ㅅㄴㄹ
한데 출간되자마자 열렬한 호응을 얻은 것은 뜻밖의 결과였다
→ 그런데 내놓자마자 뜨겁게 반겨 주니 뜻밖이었다
→ 그렇지만 나오자마자 널리 읽어 주니 뜻밖이었다
《한자나무 2》(랴오원하오/김락준 옮김, 교유서가, 2021)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