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26 알못
‘알못’이란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나이가 제법 든 어른이라면 알처럼 생긴 못인가 하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알처럼 생긴 못’은 살림에 박는 길고 뾰족한 것 하나에, 물이 고여 찰랑이는 곳 둘이지요. 또는 알이 있는 못물이라고 여길 수 있어요.
어느새 사람들 입에 착 달라붙은 ‘알못’은 “알지 못하는”을 간추린 낱말입니다. ‘겜알못·야알못·축알못’처럼 흔히 쓸 뿐 아니라 곳곳에 ‘-알못’을 붙여서 써요. 그동안 ‘-맹(盲)’이나 ‘-치(癡)’ 같은 한자만 붙여서 “알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면, 오늘날에는 꽤 새롭게 말틀을 빚었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바보’를 붙여서 ‘야구바보’나 ‘축구바보’라 하기도 했지만, 이때에 ‘바보’는 “알지 못하는”뿐 아니라 “어느 하나에 푹 빠진”을 나타내기도 했어요. ‘야구바보’라 하면 야구만 알고 다른 것은 모른다는 느낌이지요. 그러니까 ‘알못’이라는 말은, 꼭 그런 모습을 나타낼 마땅하면서 쉽고 재미있는 말이 없었다고 할 만했기에 태어나서 널리 쓴다고 할 수 있어요.
‘철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지(不知)’는 “알지 못하는”을 뜻합니다. ‘철부지’란 ‘철알못’인 셈이지요. 우리말로 ‘철모르쟁이’가 따로 있으니 ‘알못 = 모르쟁이’이기도 합니다. ‘모르쟁이’하고 비슷한 ‘모르쇠’는 무엇이든 모른다고 잡아떼는 짓을 나타내지요.
‘알못’하고 맞서는 ‘잘알’도 태어났어요. “잘 안다”고 해서 ‘잘알’이지요. ‘겜잘알·야잘알·축잘알’처럼 쓰는데, 참으로 멋진 말틀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말을 새로 가꾸는 모습이에요. 저는 ‘알못’에 ‘-질/-짓’을 살며시 붙여 보고 싶습니다. ‘알못질·알못짓’을 일삼는 분이 있거든요. 이분들은 ‘알못이·알못꾼·알못쟁이’입니다. 서로 ‘알못벗·알못이웃’도 되겠지요. 그러나 ‘잘알벗·잘알이웃·잘알님’이 된다면 한결 반가우리라 생각해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