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9] 두부비지

2022.07.07 20:38:4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9] 두부비지

 

곁님은 두부비지를 차리면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먹으면 구수한데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그건 못 먹고 살 때나 먹었지, 난 안 먹어’ 하면서 숟가락을 들지도 않았다. 이렇게 구수한 비지를 맛보면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올까. 약을 살살 올려도 먹을 생각을 않던 사람이 어쩐 일인지 비지찌개를 먹었다고 한다.

 

바나나가 점박이가 찍혀 곧 안 먹으면 물러 버릴 듯했다. 뒤에 빼두고 아줌마들이 오면 하나씩 주려고 했다. 마침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국수를 산다. “반찬이 그리 많아도 먹을 게 없어 국수를 삶아 먹네요.”, “우리도 이렇게 나물이 나와도 하질 못해 없어서 못 먹네요.” 하는 푸념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

 

“이거 먹어 봐요. 먹어 보니 먹기 딱 좋아요. 나눠 드실래요?”

“그럼요. 좋지요.”

“몇 명이에요?”

“다섯이요.”

 

한 송이는 떼 놓고 그릇에 담으려고 하니 훅 빼앗듯 갖고 간다. 바나나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아주 좋아했다.

 

반찬가게에는 곁님이 자주 간다. 내가 나물을 다듬고 싸느라 밥을 하지 못한다. 반찬거리가 있어도 몸이 힘들어 빈병을 모아 오는 할머니나 박스 할아버지를 준다. 반찬가게도 우리처럼 그날 팔지 못하면 먹지 못하는 잡채나 나물반찬이 있으면 곁님을 준다. 아주머니가 “비지찌개 드실래요?” 묻더란다. 그런 거는 안 먹는다고 했을 테지.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그냥 한 그릇 주는데 맛이 그렇게 좋다고 했다.

 

우리 또래는 어릴 적에는 배불리 먹거나 제대로 된 반찬이 어디 있었나. 두부찌꺼기가 나오면 조청을 넣고 먹거나 김치를 넣고 찌개를 해서 먹었다. 반찬가게이니 양념이 맛있었는지, 새로운 맛을 알아낸 듯 좋아한다. 먹어 보지도 않고 못난 반찬이라고 하더니만 잘 먹는다.

 

“그거 왜 주는지 아나? 내가 아까 바나나 줬거든”

 

2022.07. 06.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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