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삶 2] 종량제봉투

2022.06.08 09:12:4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  종량제봉투

 

가게 일손이 모자라 일꾼을 쓴다. 오늘 아침에 가게일을 돕는 일꾼을 보니, 종량제봉투 값을 찍어 놓지 않는다. 아침 일꾼한테 “손님들 물건을 담을 적에 무얼 먼저 찍어?” 물었더니 “봉투 먼저 찍고 담는다” 한다. “모두가 파는 물건이니 비닐 하나라도 잘 찍어서 담고, 손님 오면 매장 어느 쪽으로 다니는지 잘 보셔요” 했다.

 

“왜요?” 하고 되묻기에, “종량제봉투 숫자가 안 맞는다”고 덧붙였다. “종량제봉투가 왜요?” 하고 또 묻기에 “빈다”고 말했다.

 

손님이 전자담배 한 갑을 다른 담배로 바꾼다. 가만히 보니 카드를 취소하고 다시 찍는다. 나는 “카드 취소는 어지간해서 하지 말고 반품키를 누르고 받아야 할 담배를 찍고 다시 반품키 눌러 판매창이 뜨면 바꿔 갈 담배를 찍으면 같은 금액도 0이 되어 현금에 지장 없고 재고를 찾아 간다”고 일려준다. 그런데 아침 일꾼은 이녘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저처럼 해도 된다고 우긴다.

 

아침 일꾼이 물건을 찍었다가 취소하거나 그냥 갖고 가는 모습을 곧잘 보았다. 가게일을 돕는 사람은 일한 삯을 받는 사람이지, 우리 가게 살림을 몰래 가져가도 되거나 그냥 가져가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언젠가 왜 그냥 가져가느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전표를 끊고서 돈을 낸 적도 있다.

 

가만히 보니, 아침 일꾼은 가게일을 많이 해봤다고는 말하지만, 전표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 반품도 엉성하게 다루고, 수량도 잘못 찍거나, 겉에 붙여 놓은 값이 아니라 엉뚱하게 싼값으로 찍기도 한다. 오늘 낮에 챙겨놓은 배달물건을 보다가 또 하나 찾는다. 종량제봉투를 50리터짜리 두 묶음을 담았는데, 전표는 음식물스티커 20리터짜리로 둘 찍혔다. 어처구니없고, 헛장사를 할 뻔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남새 다듬기도 서툴고, 물건 진열도 삐뚤삐뚤하다. 가게일이 버거워 일꾼을 두는데, 오히려 뒤치다꺼리를 하듯 내 일거리가 더 늘어난다.

 

가게일을 하면서 열 해가 넘도록 일꾼을 두면서 이런 일도 겪는구나. 아침에 두 시간 반 동안 곁일(알바)을 하는 학생은 하루 일삯을 넘는 만큼 초콜릿과 음료수를 몰래 먹더니, 감시 카메라 화면을 홀깃홀깃하면서 담배를 슬쩍 쥐고는 몸을 가만히 돌리면서 제 주머니에 넣더라. 이 아이는 한 달이 안 되어서 덜미를 잡았다. 얼핏 집에서 영상을 보다가 물건값을 안치러 놓고서 제 주머니에 담는 줄 알고 하나하나 뒤졌다. 곁일을 하는 이 아이 아버지한테 알렸다. 이 아이가 훔친 몫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쉽지도 않지만, 아직 어려 보여서 차마 제대로 받지는 않고, 조금만 돌려받았다. 이 아이 아버지는 아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고맙고 죄송하다고 절을 했다.

 

아침 일꾼은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많이 산다. 일하며 받는 월급에서 반이 넘을 만큼 물건을 사는데, 종량제봉투를 그냥 가져가기 일쑤이고 값비싼 간장은 전표로 찍었다가 취소하고서 옆에 두었다가 슬쩍 담아서 가져간다. 감자나 나물도 그 값으로 찍지 않고, 값싼 다른 품목으로 바꿔서 가져간다. 어디까지 이렇게 하나 싶어 여러 날 지켜보았다. 나물값이며 물건값을 바꾸지 말라고 일렀다. 그러나 아침 일꾼은 내가 우리 가게에서 나물 다듬기하고 과일 손질과 진열을 마치고서 집에 가고 난 다음에, 으레 “아무도 안 본다”는 생각에 자꾸 슬쩍슬쩍 하는구나 싶다. 내가 바깥일을 보러 자리를 비우더라도 감시카메라에는 고스란히 찍힐 텐데 말이다.

 

다른 가게는 어떨까. 가게를 열어 장사하는 다른 사람은 어떨까. 나처럼 이렇게 몰래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돌리는 일꾼 탓에 골머리를 앓거나 속을 썩일까. 일한 만큼 일삯을 받는데 일삯이 모자라다고 여기기에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돌리려고 할까. 몰래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돌리는 이 사람들이 나중에 스스로 가게를 차릴 적에도 저희처럼 몰래 훔치거나 속이거나 빼돌리는 일꾼을 맞이할 수 있는데, 그때가 되어야 이 사람들이 깨달을까.

 

눈먼돈은 없다. 땀흘러 일하지 않고서 훔치거나 빼돌린 물건으로는 살림을 꾸리지 못한다. 내가 안 보는 자리에서 훔치거나 빼돌렸다고 뒤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부디 스스로 갉아먹는 바보짓을 깨닫기를 빈다. 그나저나 나는 또 어떻게 새로 일꾼을 다시 찾아야 하나 하고 생각한다.

 

2022. 06. 06.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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