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4] 가지치기
올해는 아까시꽃을 따먹어 보고 싶었다. 마침 두류공원을 걷다가 아까시꽃을 본다. 이팝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다. 이팝나무에 핀 꽃이 더 뽀얗고 아까시나무는 송사리를 이제 터트린다. 그렇지만 아까시나무가 무척 커서 가지에 손이 닿기에는 내 키로는 매우 높아 보인다. 한 송이를 살짝 따서 맛을 보고 싶었는데 이 도시에서는 나무마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느라 손이 안 닿는다.
왜 가지치기를 할까. 나뭇잎을 다 떨군 추운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이하여 새싹이 돋아나기 앞서 자꾸 가지치기를 한다. 전깃줄이 훤히 드러난다고 하지만 추운 날에 가지를 숭덩숭덩 자르면 나무가 안 아플까. 이때만이 나무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려나. 멋있게 보이려고 길가 나무를 다듬는다고도 한다. 사람이 걸어다니다가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 만한 높이로 잘라낸다고도 한다. 이런 탓에 가지가 저렇게 높이 자라니까 나뭇잎도 꽃도 가까이에서 보기 힘들다.
가지치기도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는데,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인지 모르겠다. 나무가 알아서 가지를 내고 잎을 내어 자랄 텐데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싹둑싹둑 잘랐다. 같은 나무도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제 삶길을 고스란히 담아내는데, 뭉텅이로 잘린 모습을 보면 저절로 눈살을 찌푸린다. 숲을 도심에 옮겨 놓는 뜻으로 나무를 심을 텐데, 나무한테 팔을 자르고 자유를 앗아 가는 셈은 아닐까.
가지를 자를 적에 나무한테 물어나 보았을까. 나무가 가지를 쳐주면 좋아했을까. 남자 중학생 머리를 박박 밀듯 나무를 자른다. 나무도 꿈이 있을 텐데. 제 숨결 그대로 꿈을 펼치며 마음껏 자라고 싶은 나무가 있을 텐데.
2022. 05. 0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