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3] 꾀꼴

2022.05.04 20:52:01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3] 꾀꼴

 

소나무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차다. 햇살이 드리운 두류공원에서 조금 걸으니 흙길이 나오는 야트막한 멧자락으로 올라간다. 놀이터가 제법 넓고, 울타리가 있다. 사람은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짐승은 내려오지 못하게 막은 듯하다.

 

울타리 너머를 보는데, 처음이다 싶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울타리 가까이 다가간다. 새소리가 들리는 쪽 나무를 올려다본다. 바닥이 비스듬하고 나무가 무척 높아 뒤로 넘어질 듯했다. 두 손을 목 뒤로 깍지를 끼우고 새를 찾아보지만, 소리만 들린다. 시원하고 맑다. 숲을 자주 다니지만 처음 듣는다.

 

저 새가 무슨 이름이지? 듣고 또 듣고 가만히 듣고 보니깐 꾀꼴거린다. 꾀꼴 꾀꾀꼴 꾀꼴 힘찬 노랫소리처럼 우렁차다. 꾀꼴거리며 우니, 설마 꾀꼬리인가. 코앞에 있는 듯해도 새가 어떤 모습인지 안 보이지만, 새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니깐 새한테 옛날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저 소리 그대로, 참으로 듣기에 구성지다 여겨서, 노래소리를 그대로 새한테 이름을 붙였을까. 개굴개굴 노래한다고 여겨서 ‘개구리’라 하니, 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한다고 여겨서 붙인 이름이 맞을 듯싶다.

 

옛날 사람들은 새소리를 늘 듣는다. 꾀꼬리가 여름 철새이니깐 꾀꼬리가 왔으니 철이 바뀌는 셈이네. 오월이 되니까 꾀꼬리가 부르는 노래는 어떤 뜻이 숨었을까. 이 꾀꼬리가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철에는 무슨 들일을 했을까. 시골 어른한테 물어보았다.

 

“엄마, 잘 지내요? 뭐 좀 물어보게. 꾀꼬리가 언제 와요?. 꾀꼬리가 노래 부를 적에 무슨 일을 했던가요?”

 

엄마는 꾀꼬리를 모른다. 우리 마을에는 꾀꼬리가 오지 않았나. 아니, 엄마를 비롯해 옛날 시골 어른들은 집일에 들일이 몹시 바쁘니 꾀꼬리가 찾아와서 노래를 해도 미처 느끼거나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맘때에 시골에서 하는 들일이 뭔지 물어보았다. 밭갈이를 챙기고 고추를 심으려 하고, 깨 심고, 고구마에 땅콩을 심고 마늘밭을 매고, 수박 참외 모를 밭둑에 심고 못자리를 살핀단다. 산에서 부들부들한 풀을 베어 잘게 썰어서 논에 거름으로 넣고 논을 삶고 모내기를 앞둔단다.

 

꾀꼬리는 노래를 부르고 시골지기는 흙을 일구고. 어서어서 땅을 숨을 쉬게 하고 곡식을 심으라고 부르는 노래가 꾀꼬리 노래였구나 싶다. 하도 시원하고 우렁차서 사람들이 철이 바뀐 줄 쉽게 알아보겠구나 싶다. 시골지기한테는 “자, 이제부터 바지런히 일을 해보라구,” 하고 울리는 소리인 셈이구나. 이곳저곳 흩어져 노래를 부르며 여름을 알리는 꾀꼬리로구나.

 

고운 깃빛인 몸을 푸른 나뭇잎 사이에 숨기고 여름을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가 두류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묻힌다.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더 듣기에 좋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이렇게 멧숲에서 우렁차고 시원하게 노래해 주는 꾀꼬리가 있고, 박새에 참새에 까치에 까마귀도 있고, 종달새까지 있는데, 숲에 깃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히 듣도록 피아노 소리는 멈추어 준다면 낫지 않을까.

 

공원에서 노래하는 꾀꼬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철마다 찾아오는 다 다른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히 누릴 수 있으면 이 공원이 한결 아름답지 않을까. 아까시나무도 이팝나무도 꾀꼬리 노래를 듣고 온숲이 들썩이도록 꽃내음을 뿜고 벌을 모으고 봄꽃도 더 활짝 피울 만한지 모른다.

 

 

 

2022. 05. 04.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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