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3] 저잣터
닷새저자(오일장)를 여는 날은 마을마다 바쁘게 움직인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배우기 앞서는 이웃집을 다니며 “가는 길에 함께 좀 싣고 가자”, “내 좀 태워 도”하고 이웃집을 다니며 물어보다가 우리 경운기를 들인 뒤로는 마늘을 싣고 고추를 싣고 돈이 될 만한 살림을 손수 싣는다. 경운기를 타고 읍내에 가는 날은 엉덩이가 꽤 아프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경운기가 몹시 덜컹하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딱딱한 짐칸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삼 십리 길을 타고 가면 저잣거리가 북적거린다. 하루는 아버지가 큰 저잣거리에서 마늘을 팔고 비누가게에 들렸다. 바로 앞 빈터에 둥글게 사람들이 모여섰다. 장사꾼이 빛꾸러미를 주면서 사람 눈길을 사로잡으며 약을 팔았다. 서커스단이 왁자해서 저잣거리에 온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기웃거렸다. 어떤 아저씨는 약장사한테 꼬셔서 큰돈 주고 약을 샀다. 이제 점심이 되면 천막으로 간다. 장날은 국수와 닭발을 먹는 날이다. 쇠판에 담아 연탄불에 구운 닭발은 맛있다. 어린 날 시골 장터는 가지고 간 살림으로 돈을 바꾸어 다른 살림으로 바꾼다. 논밭에서 가꾼 낟알하고 남새를 내다 팔아 집에서 쓸 다른 것으로 바꾼다. 땅에서 지은 것을 공장에서 나온 것으로 바꾸어 가는 시골 저잣터이다.
2022. 04. 0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