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발걸음 21] 깨물기

2022.03.30 13:07:52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1] 깨물기

 

어린 날 우리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가끔은 무리가 갈린다. 골 따라 갈리기도 하고 힘이 센 쪽에 붙기도 했다. 머스마들은 코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고 가시내들은 머리채를 뜯는다. 나는 옥이한테 머리채를 잡혔다. 닭싸움하듯 씨름하듯 머리를 맞붙이고 서로 머리채를 잡고 씩씩거린다. 머리채를 한 번 잡히면 머리카락이 잔뜩 빠졌다. 머리는 수세 뭉치처럼 헝클어진다. 옥이는 머리 쥐어뜯고 잘 깨물었다. 말로 하다 안 되면 팔을 깨무는데, 깨물린 자리에 이빨 자국이 깊고 시퍼렇게 피멍이 든다. 나는 아파서 울며 집에 왔다. 머리채 잡히는 일보다 깨무는 짓은 나빠 보였다. 그 동무는 집이 끝에 있고 바람막이가 될 언니나 오빠가 없다. 몸집이 남들보다 작아서 억세어 보이려고 꼬집고 물까. 나도 지지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동무한테 받은 대로 오빠하고 동생하고 다투면 깨물고 꼬집었다. 그때에는 왜 깨물어야만 속이 시원했을까. 게다가 울면서 악을 쓰며 깨물까. 주먹이 안 따라주니 깨물고 꼬집었을는지 모른다. 나는 거칠게 노는 아이였을까. 그래도 깨물고 꼬집는 일은 끔찍했다.

 

2022. 03. 26.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Copyright @배달겨레소리 Corp. All rights reserved.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5길 189-8 등록번호: 경북, 아00595 | 펴낸날 : 2020.6.8 | 펴낸이 : 최석진 | 엮는이 : 박연옥 | 전화번호 : 010-3174-9820 Copyright @배달겨레소리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