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9] 개복사나무

2022.02.05 19:06:14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9] 개복사나무

 

열네 살에 멧산을 둘 넘고 학교에 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 등성이 무덤가 잔디밭을 따라 걷다가 살짝 쉬면서 숨을 고른다. 멧골과 멧골 사이쯤에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비렁길에 자주 쉬면 복숭아가 바로 보였다. 복숭아를 볼 적마다 군침이 돌았다. 똘기 때부터 눈길이 갔다. 자두보다 조금 굵은 푸른 복숭아에 하얗게 털이 붙었다. 옷에 쓱쓱 닦고 한입 깨물어 맛보지만 쓰다. 먹지 못하는 개복숭아이다. 맨손으로 만지고 옷에 털이 묻어 몸이 가려웠다. 우리 마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열매이다. 어머니가 가끔 사 오는 복숭아 통조림만 먹었다. 절인 복숭아는 부드럽고 걸쭉한 물은 달았다. 우리는 복숭아 열매보다 통조림으로 봉숭아를 맛본 셈이다. 이제 나무로 땔감을 쓰지 않으니 마을 앞산 뒷산 깊은 골짜기에 복사꽃이 활짝 피었다. 사람 손길 없이도 자라 저절로 열매를 맺는다. 어린 날부터 그 자리에 있던 나무이지 싶은데, 땔감을 하느라 복숭아는 구경하지 못했다. 큰오빠가 군대 간 뒤로 복숭아 통조림을 맛보다 어머니는 이웃 탑리 사람한테 흉이 난 복숭아를 얻어 설탕을 넣고 푹 삶는다. 시원하게 두고 여름에 밭일하면서 새참으로 먹는다. 열매보다 꽃이 예쁜 나무, 학교길에 내 눈길을 따갑도록 받았을 열매이다. 좀 자라면 따먹으려고 가을이 될 때까지 참지 못하고 따먹느라 털한테 혼만 났다. 내게 참는 길을 알려준 나무일까. 발갛게 익기는 할까.

 

2022. 02. 04.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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