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6] 옥수수

2022.02.05 19:01:33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6] 옥수수

 

여름이면 대김이(마을밭이름) 밭둑에 옥수수가 올라온다. 옥수수가 굵고 알이 여물면 꺾는다. 마당에 놓고 겹겹이 쌓인 잎을 하나씩 깠다. 알갱이는 촉촉하고 털이 보드랍다. 수북하게 쌓인 껍데기는 소먹이로 던져준다. 어머니는 마당에 걸어 놓은 솥에 불을 때서 옥수수를 삶는다. 달디단 가루를 뿌리고 굵은소금을 뿌린다. 둥근 그릇에 담아 마루에 앉아 입김으로 식혀서 먹는다. 대에 스며든 단물 짠물까지 쪽쪽 빨아 먹는다. 물기가 다 빠지면 꽁지에 꼬챙이를 꽂았다. 우리가 까먹은 대가 바싹 마르면 등을 긁었다. 저녁만 되면 어머니 아버지는 나한테 등을 긁어 달라고 했다. 고사리손으로 등을 긁기에는 어머니 아버지 등이 넓었다. 어머니는 간지럽다고 더 세게 긁으라고 한다. 손톱자국이 벌겋게 나도 시원하다면서 코를 골며 잠이 든다. 어머니 등은 미끌미끌하고 촉촉했다. 나는 등이 가려우면 문설주에 기대 비비다가 어머니한테 등을 내민다. 어머니 손끝이 너무 매워서 등이 아프다. 까끌까끌한 옥수수대는 참한 노릇을 한몫 거든다. 옥수수는 여름 한철 맛만 보는데 꺾지 않아서 먹을 때를 놓치면 알이 딱딱하고 뻣뻣해서 소한테 먹인다. 고르고 잘 익은 알을 가려 껍질로 묶어서 처마나 부엌문 옆에 걸어 두었다가 봄에 씨앗으로 쓰고, 설이 가까우면 옥수수를 뻥튀기해서 먹었다. 여름별에 쑥쑥 자라는 옥수수야, 잎으로 감싸고 또 감싸서 더위 먹지 않고 잘 자란 옥수수야, 어머니 아버지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어 고맙구나.

 

2022. 01. 30. 숲하루

숲하루 글쓴이 jung1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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