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2] 반딧불이
여름이 되면 반딧불이가 찾아온다. 반딧불이가 꽁무니를 빼고 달아가면 쫓아다녔다. 부엌은 백열등을 썼다. 부엌과 수돗가를 비추는 불은 그을림이 앉아 불을 켜도 어둑하다. 밤이 깊으면 부엌에 불을 켜 놓았다. 마당에 펼쳐 놓은 자리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작은 별과 그 가운데 더 반짝이는 별을 찾아보면서 하나둘 헤아렸다. 밤하늘 별을 보았더니 우리 집 마당에 별이 찾아온 듯했다. 모깃불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마당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휙휙 날아 옮기는 빛줄기가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불이 어디서 반짝일까. 살금살금 자리에서 일어나 반딧불이를 따라 두 손으로 잡아 보겠다고 뱅글뱅글 돌고 골목으로 뒤쪽으로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따라다녔다. 캄캄한 곳에 한참 있으면 우리 눈이 어둠에도 길을 찾고 반딧불이가 밝아 나무에 붙기도 하고 풀에 있다가 불빛이 어디에 앉는지 다 보여준다. 우리 골목 끝에는 장골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이 흐른다. 골목이 길어서 개울인 줄 알까. 마당에서 우리와 같이 춤을 추고 싶었을까. 잡으려면 기다란 불꽁지로 그림을 그리며 내빼면서 한여름 밤에 술래잡기를 했다. 작은 몸에서 어떻게 밝은 빛을 낼까. 알도 불빛이 날까. 밤길을 불빛 보고 따라오라는 뜻일까. 반딧불이는 밤마다 뭉쳐 다니고 동무도 많네. 동무들과 한바탕 놀다가 짝을 찾을까. 거미와 새나 벌이나 개구리한테 먹히지 않으려면 불빛이 없어야 할 텐데, 왜 환하게 드러내고 다닐까. 모두가 잠든 줄 알고 맑은 밤바람을 누비며 짝을 찾고 떠나면서 마지막 잔치를 벌이는지도 모른다. 반딧불이 이름이 예쁜데 굳이 개똥벌레라 한다. 반딧불이는 무얼 먹고 살까. 똥을 먹을까.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불빛만큼 아름다울까.
2022. 01. 1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