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7] 비새(빈대·소벌레)
우리 집에는 소가 있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똥파리가 마굿간에 앉은 소 등짝에 잔뜩 모인다. 소는 마구간에서 여물을 먹고 물을 마시고 잠도 자는데, 잠자리에 오줌을 싸고 똥을 눴다. 소똥 냄새를 맡고 거름을 모아 둔 자리에 찌꺼기가 섞고 해서 그런가. 어디서 쇠파리가 날아왔다. 가려운지 꼬리로 이리저리 흔들면서 쇠파리를 쫓아낸다. 그렇지만 소는 손이 없으니 딱 붙는 벌레를 꼬리로 떼지 못한다. 벌레를 얼핏 보면 보리쌀처럼 동글납작하고 살짝 푸른빛이 났다. 소털이 짧고 매끈해서 사마귀 같아 보이는 벌레는 쉽게 눈에 띈다. 아버지는 그 비새라는 벌레가 소피를 빨아 먹는다고 했다. 피를 빨아 먹으면 안 되니깐 아버지도 벌레를 떼고 나도 벌레를 뗐다. 알을 만지면 촉촉했다. 쇠똥이 털에 묻었으면 작대기로 뗐다. 벌레가 징그러워 재빨리 뗐다. 땅바닥에 떨어진 벌레를 발로 밟아 터트렸다. 검붉은 피가 터졌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소털에 자잘한 벌레가 붙었는가 싶더니 피를 빨아 먹고 자라 굵었다. 소는 손이 없으니 제 몸에 난 작은 벌레 하나 어쩌지 못해 고개를 돌려 두 뿔로 긁어보지만 가려운 곳에는 닿지 못하네. 소는 고기 한 조각 먹지 않고 짚이나 풀만 먹고도 몸집이 크고 힘이 세지만 우리가 안 떼주면 비새 때문에 시름시름 앓을지도 모른다. 비새가 나쁜 피를 빨아 먹을까. 바늘처럼 콕콕 찔러서 피를 잘 돌게 할까. 발이 손이 되지 못하니 꼬리가 나서서 쫓는가.
2021.12.28.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