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2021.12.21 21:23:56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2)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1. 울주군 두서면 보안골을 가운데 두고(2)

 

  성불암메(=절터메)는 새터마을을 옆에서 품고 있어 마을에서는 가장 종요로운 메다. 옛날엔 아랫녘은 밤나무밭과 잔솔밭, 웃녘은 참나무가 많았고 오늘날엔 밭으로 일군 넓이도 꽤 되고 밤나무 잣나무 참나무 제피나무가 많이 자란다. 제피나무는 죄피나무라고도 하는데 어린 싹은 간장과 고추장에 조려 밑반찬으로 쓰고, 익어가는 열매껍질은 말려 가루를 내어 미꾸라지국에 넣어 먹고, 뿌리나 줄기 껍질은 말렸다 가루를 내어 물고기 잡는데 쓰는 값진 나무다.

그 밖에도 더덕, 취나물, 참나물, 부지깽이, 비비취 같은 맛있는 나물도 많이 자란다. 마을쪽 아랫녘에 작은 딷밭골짜기가 있고 마을에서 봐서 그 오른쪽 옆에 버무굴(범이 살았다는 굴)이 있고 그 아랫녘이 못골이다. 아주 작은 못이 골짜기 끄트머리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갓재이, 또는 갓쟁이 골짜기는 새터마을에서 보면 가장자리에 있는 골짜기다. 끝에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옛날에 갓 만드는 이가 살았다’는 둥 없던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갓재이라는 말뜻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앞봇갓은 새터마을 바로 앞메로, 메 가운데 나무를 가꾸는 메를 갓이라 하는데, 보를 만드는데 쓰는 나무를 가꾸는 봇갓이 있고 울타리 할 나무인 섶에 쓸 나무를 가꾸는 섶갓이 있다. 새터마을에선 앞메는 봇갓, 보캐쪽 옆메는 (보캐)섶갓이라 불렀다.

  채봉굴(또는 채봉골)은 옛날에 어버이가 돌아가시면 나무를 걸치고 그 위에 주검을 두어 말리던 골짜기인데 바로 묻지 않고 말리는 까닭은 말려서 가볍게 해서 짊어지고 좋은 자리(명당)를 찾아 곳곳을 다녔다고 하니 우리 한아비(조상)님들이 얼마나 아들 딸이 잘 되기를 바랐는지 알 수 있다. 이웃 골짜기 집막재이는 주검을 말리는 사이 아들이 움막을 짓고 머물던 골짜기가 아닌가 싶다.

  마을 뒤쪽으로 성불암메로 이어지는 버덩에는 아름드리 밤나무가 잔뜩 자랐는데, 이곳을 뒷비알이라 부르고,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서로 밤을 주우려고 컴컴할 때부터 나와서 겨루던 곳이다. 그리고 여름철 낮에는 소를 내다 밤나무 그늘에 메어 쉬게 하던 곳이다. 그래서 소똥줍기가 좋은 곳이었다.

  모두 서른 집 안팎인 새터 마을은 골목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크게 앞각단, 뒷각단, 웃각단으로 나뉘었다. 각단이란 마을 안에 잘게 나뉜 작은 마을이란 뜻이다.

마을 바로 옆 뒷논둑에는 펀펀한 너른 바위가 놓여 있어 뒷방구라 불렀는데 낮에는 아이들 놀이터거나 고추 말리는 곳으로, 여름이면 동네 머슴들 잠터로 쓰였다. 여닐곱살 아이들이 낮은 쪽(아이 한길 높이)으로 올라가서 높은 쪽(어른 길가웃 높이)으로 뛰어내리며 놀던 곳이다. 이 바위가 옛 고인돌로 밝혀져 요즘은 바위 가까운 곳엔 집도 못 짓고 보듬어 가꾸는 곳이 되었다.

 

  마을 높새녘은 벌판이 펼쳐지는데, 마을 바로 옆이 당산들이고 그 웃녘이 새들, 아랫녘이 새보들이다. 들마다 보가 있는데, 어른 두 길쯤 깊이로 물 댈 들보다 높은 곳으로 위쪽으로 200 ~ 300m, 길게는 500m 쯤 파들어가서 샘물길을 찾아 내고는 물가 두쪽에 돌로 켜켜이 쌓아 돌벽을 만들고 그 위를 넓은 돌로 덮고 흙으로 묻어 땅 속에서 물이 흘러 모이게 한 뒤 이 물을 아랫녘 들에 대도록 만든다. 보안골과 살거내, 덤밑까지 이런 보가 여럿 있어서 이 봇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어 논에 물대기에 안성맞춤이고 또 여름에는 아이든 어른이든 봇머리에 들어가 몸을 담그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또 이 보에는 뱀장어, 미꾸라지, 붕어, 중태기, 모래무지, 좃갈래기, 퉁과리 같은 물고기가 많아 아이들이 멱을 감고 물고기도 잡으며 놀기에 그저 그만인 곳이었다.

  새터마을 가까이에는 가운뎃보(중보), 새보, 당산보, 한보, 예수딤이보, 달쇠보 같은 보가 보안에서 덤밑까지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가 널려 있다시피 했다.

한실 글쓴이 purnhan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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