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1] 도꼬마리
가을이면 밭둑마다 덤불마다 무덤가에도 도꼬마리가 자랐다. 밭일을 마치고 오는 아버지 가랑이에 붙고 내 바지에도 붙었다. 도꼬마리는 땅콩 한 알 크기에 사방으로 가시가 돋아 밤송이와 고슴도치 같다. 도꼬마리에 닿아 얼굴을 할퀴기도 하고 바지에 붙은 걸 떼다가 손가락이 찔리기도 한다. 도꼬마리가 누렇게 익으면 가시가 단단했다. 우리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바지에 도꼬마리와 도깨비바늘을 잔뜩 붙였다. 흙 묻은 바지를 벗어 하나하나 떼었다. 나도 바지에 붙은 도꼬마리를 뗐다. 도꼬마리는 왜 그냥 씨앗을 떨어뜨리지 않고 살짝만 스쳐도 엉겨붙을까. 갈고리 가시로 따가워서 긁는다. 다리와 팔에 할퀸 자국이 생긴다. 온몸이 갈고리 가시이면 벌레와 들짐승한테서 먹히지는 않겠다. 발이 없으니 짐승 털에 붙고 사람 몸에 달라붙어 둥지를 찾으러 숲을 떠날테지. 도꼬마리를 붙어 떼지 않고 벗어 놓으면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옷에 붙으면 떼는 일은 우리 몫이 되어 짜증이 났다. 그때 덤불을 지나던 아버지도 없고 우리도 없는데 도꼬마리는 어떻게 멀리 갈까. 숲속 동무들이 돕지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씨앗이 숲을 이루지 싶다. 몰래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을 가시로 덮어 씨앗을 퍼트리는 도꼬마리가 똑똑하네. 잡풀이라고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나한테서 미움만 잔뜩 받았네. 알고 보면 좋은 살림풀이었는지 모르는데. 뾰족한 가시로 살아남으려는 도꼬마리, 우리 옷에 붙어 멀리멀리 떠나보려고 했을 텐데 사람이 몰라주어 섭섭했을까. 달리 길이 없었던 도꼬마리는 도둑씨로 이름붙어도 꿈으로 가느라 달콤했지 싶다. 나도 도꼬마리처럼 몰래 붙어 넓은 곳을 구경하고 싶다.
2021. 12. 1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