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4] 멱감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점낫골 못은 우리 헤엄터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에 사는 옥이 언니네 뒤로 등성이를 하나 넘어 내려간다. 낭떠러지가 있어 좁은 비렁길을 건널 적에는 몸을 옆으로 돌려 건너는데 낭떠러지를 내려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풀을 잡고 살금살금 건너 못둑에 이른다. 걸어오면서 주워온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 뜬다. 마을에 넓은 내가 없어 물수제비는 못에서만 던진다. 몇 판 풍덩 빠지고 나서야 한두 판 수제비가 뜬다. 팔힘이 좋은 오빠가 던지면 돌이 물을 통통 튕기며 멀리 날아간다. 나도 몸을 옆으로 돌리고 낮추어 물하고 거의 반듯하게 엎드려 돌을 힘껏 던지면 바느질 뜨듯이 징검다리처럼 날아간다. 우리는 물수제비가 날아간 건너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남자들은 바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든다. 여자얘들은 얕은 자리를 맡고 물가 바위 곁에서 손을 바닥에 짚고 물장구를 친다. 물이 얕아서 흙물이지만 물놀이는 신난다. 조금 들어가 보려고 해도 바닥이 고르지 않아 푹 빠지기도 하고, 뱀이 나올까 무서워서 작은 바위 곁을 떠나지 못했다. 남자들은 못 끝까지 건너며 놀기도 했다. 여자애들도 못 가운데로 헤엄쳐 갔다. 그러다가 나보다 나이 한 살 적은 숙이하고 오빠보다 나이 많은 언니가 장난치듯 허우적댔다. 다른 오빠들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 오빠는 사람 빠졌다고 그대로 물에 뛰어들었다. 빠져서 허우적대던 숙이 머리카락을 잡고 나왔다. 둘을 우리 오빠가 물에서 건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우리는 놀랐다. 우리 오빠가 아니었으면 숙이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있는 뒤로 나는 못이 무서웠다. 뱀도 무섭고 멧그림자가 얼비치는 푸른빛을 띠는 물을 보면 소름 돋는다. 물속이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가둔 물은 왜 푸르스름한 빛으로 어두울까. 그날 오빠는 숙이네 아버지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고 우리 어머니한테는 꾸지람을 듣는다. 남 살리려다 아들을 잃을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이지 싶다. 나는 오빠가 의젓해서 자랑스럽다.
2021. 10. 1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