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다
5. 우리말이 지닌 깊은 뜻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자는 뜻이 깊은 뜻글자이고 우리글은 소리글자여서 소리만 적는다고 알고 있어요. 맞는 말이지만 소리대로 적는 것은 우리 글이고 그런 소리가 나는 우리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뜻을 지닌다는 걸 아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말 ‘사람’은 ‘살다’ 줄기 ‘살’에다 이름꼴을 만들 때 쓰는 ‘암’을 붙여 살암 → 사람이 된 말입니다. 마치 달리다 옛말 닫다 줄기 닫+암+쥐 → 닫암쥐 → 다람쥐가 되듯이 말입니다. 쥐가 다 달리지요. 다람쥐는 그저 ‘달리는 쥐’라는 뜻을 넘어 ‘쥐 가운데 가장 잘 달리는 쥐’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란 뜻을 넘어 살아가는 목숨 가운데 ‘가장 잘 사는 목숨붙이’란 뜻입니다. 곧 우리말 사람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인지를 살피면서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걸 넘어서 마음이 고요하고 흐뭇하게, 나아가서 모든 사람이 고루, 두루, 흐뭇하게 잘 사는 길을 살펴서 살아가는 목숨이란 뜻입니다.
사람을 뜻하는 말은 인, 인간, 인민, 시민, 민중, 국민, 민초, 맨, 휴먼, 피플... 같은 여러 말이 있습니다만, 우리말 ‘사람’만큼 깊은 뜻을 가진 말을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니, 인민이니, 국민이니, 시민이니, 이런 말 쓰기보다 사람이란 말을 그 깊은 뜻을 새기며 더 자주, 더 널리 써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말 ‘고맙다’는 ‘곰답다’에서 왔는데, 곰 옛말은 ᄀᆞᆷ입니다. ᄀᆞᆷ에서 검, 감, 곰, 굼 같은 소리가 갈라져 나오지요.
우리 겨레는 하늘에 계신 님이 그 아들을 이 땅에 내려보내 우리 겨레를 다스렸다고 믿었어요. 하늘에 떠 있는 해가 온 누리를 비춰 따뜻하게 해주고. 비도 내려주고, 바람도 불어 주어 우리를 살려준다고 믿은 거지요.
또 땅은 우리에게 살 터전을 마련해주고 온갖 낟(곡식)과 나물, 남새로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보았고요, 이 땅서낭(지신)을 ᄀᆞᆷ으로 여겼어요. 그래서 하느님 아들(환웅)이 그 짝을 찾아 굴속에서 온날(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견딘 ᄀᆞᆷ을 아내로 맞아 그 아들, ᄇᆞᆰ달임금(단군)을 낳아 ᄇᆞᆰ달임금이 우리 겨레를 다스렸다고 믿은 거지요. 여기서 땅서낭이 ᄀᆞᆷ인데, ‘고맙다’라는 말은 당신은 나한테 나를 먹여 살려주는 땅서낭(지신)인 ‘곰과 같은 분입니다.’=고맙다 입니다.
얼마나 깊은 뜻이 깃든 말입니까?
이런 거룩한 말을 업신여기고 마음은 없고 입술만 자주 달싹여도 되는 감사하다, 감사하다, 말끝마다 입술 달싹이는 짓을 그만두어야겠지요.
우리 겨레는 참말로 고마울 때는 말을 못 하고 얼굴 살짝 붉히며 웃음만 지으며 마음을 보낼 때가 많지요.
살림이란 우리말은 왜말 경제가 들어오기 앞만 해도 안살림, 집안살림, 나라살림, 살림살이처럼 널리 썼고, ‘살림을 할 줄 아나?’ ‘작은아들 살림 내줬나?’ ‘안살림을 잘해야 집안이 일어난다.’처럼 썼어요. 굳이 말풀이 하지 않아도 살림(경제)은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 겨레는 다른 목숨을 죽이면서 사람만 살리는 걸 살림이라 보지 않았어요.
그러므로 이 푸른별(지구) 곳곳을 까부수고 파헤쳐 길을 쓸데없이 넓게 내고 굴 뚫고 물길 막고…, 이런 일을 살림이라 말할 수 없겠지요. 온갖 목숨을 두루 살릴 때, 살림이라 해야 맞지 싶어요. 그러므로 오늘날 왜말로 ‘녹색경제’라 하는 것이 우리말 ‘살림’이지요.
우리 겨레가 먼 옛날 한아비들이 빛나는 삶빛과 삶꽃을 꽃피워 이웃 겨레에게 두루 나눠 주었듯이, 오늘날에도 우리가 먼저 삶빛과 삶꽃을 꽃피웠더라면 우리 겨레말이 온 누리에 알려졌을 테고 그러면 오늘날 이코노미(경제)란 말을 갈음하여 ‘살림’이란 말이 온 누리에 두루 퍼졌을 것이고 그랬으면 날씨바뀜(기후변화)이다, 숯남없앰(탄소중립)이다, 같은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되는 온 누리가 펼쳐졌을지도 모르지요. 말마디마다 깊은 뜻을 지닌 우리말을 살려내어 써 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폴리틱스(정치)라 하는 말을 우리 겨레는 다 ᄉᆞᆯ다 → 다 사르다 → 다스리다 라고 말했어요. ‘다 ᄉᆞᆯ다’는 ‘불에 오롯이 남김없이 태우거나’ 또는 ‘물에 오롯이 남김없이 녹인다.’는 뜻입니다. 사르면 재도 남지 않습니다. 우리 겨레는 ‘다스림’을 ‘다스리는 이가 스스로를 남김없이 살라서 ‘사람들’(백성, 국민)을 섬겨 사람들을 두루 고루 잘 살리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다스리다’가 얼마나 거룩한 뜻을 지닌 말입니까? 겉으로는 사람들을 섬긴다며 속으로는 거짓말하며 제 잇속 차리는 ‘정치’를 하지 말고 ‘다스림’을 하는 ‘섬김이’가 줄줄이 나오는 날, 우리 겨레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임자로서 나라와 겨레를 드높이며 잘 살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