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9] 모심기
마늘을 캐고 난 뒤에 아버지가 논을 삶는다. 논에 물을 대고 갈았다. 진흙 논을 맨발로 밟고 소로 갈고 경운기로 갈았다. 볍씨를 뿌려 놓은 논에는 물이 늘 찼고 볍씨가 한 뼘쯤 자라면 모판에서 모를 잡아뽑아 한 줌씩 짚으로 묶어서 삶은 논에 군데군데 던진다. 지게에 담아 나르기도 하고 우리는 두 손에 거머쥐고 맨발로 비틀거리며 논둑에 들어가서 던진다.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줄을 잡고 맞추면 던져 놓은 모를 한 줌 빼서 한 손에 들고 서너 뿌리를 떼어내 줄 따라 물에 꾹 눌러 심는다. 다음 줄이 바뀌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앞서 밟은 자리가 깊어 모를 심으면 물에 다 잠기거나, 떠서 물에 둥둥 뜬다. 웅덩이에 흙을 모으고 모를 심는다. 발목과 종아리가 따끔하면 거머리가 붙었다. 검고 미끄러운 거머리가 피를 빤다. 나는 거머리만 보면 소리를 먼저 질렀다. 떼는 일도 징그러웠다. 손으로 빼려 해도 잘 안 빠졌다. 오빠는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도 아무렇지 않게 떼는데 나는 거머리만 붙으면 물논에 발을 동동 구르며 놀라서 뛰쳐나왔다. 장화를 신으면 거머리가 달라붙지 않는데 내가 신을 장화도 없으니 우리는 모두 맨발로 일했다. 흙이 보드라워 진흙에 푹푹 빠져도 깊지 않다. 새참으로 먹는 미숫가루처럼 뻑뻑하다. 내가 더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논을 삶고 높이를 고를 적에 나를 물낯으로 끌고 다닌다. 새참을 담아 온 고무그릇에 우는 나를 태우고 논을 몇 바퀴 돌았다. 나는 물논 진흙물결을 미끄럼 탄 셈이다. 울면 탈 수 있었다. 논에 물을 대면 물이 어떻게 고일까. 물이 없으면 못물을 또 대고 물을 채운다지만 발밑이 흙인데 물을 빨아들일 텐데.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는데 진흙이 막으려나. 물을 가둔 못도 바닥은 흙이고 진흙이니까 진흙이 물을 뚫고 밑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막아주지 싶다. 모내기하는 동안 흙은 발과 다리를 보살펴 준다. 모를 잘 키워 주었기에 쌀밥을 구경한다.
2021. 09. 3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