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66] 논두렁콩
논두렁 길두렁에 벼가 한 뻠 자라고 콩도 한 뼘 자랐다. 어린 날에 우리 집도 벼를 심은 뒤 논두렁에 콩을 심었다. 논두렁에 풀이 많이 자라 풀을 뽑고 모를 심고 난 뒤 논두렁을 진흙으로 매끈하게 다듬었다. 투박한 손으로 진흙을 매만지고 두렁길만 두고 이쪽저쪽에 손으로 흙에 구멍을 내고 콩을 몇 알 넣는다. 논두렁에 심는 콩은 들일 밭일이 적었기에 알뜰히 심어 콩을 뽑았다. 들일이 바쁘자 풀에 약을 치고 콩을 심자면 일거리가 많았다. 들일이 늘자 열 집이 심는 부피를 혼자 할 만큼 손이 모자라자 논두렁에 콩을 심는 일을 그만둔다. 들일을 가지 못하는 할머니가 있는 집만 풀을 뽑고 논두렁 콩을 심지, 우리 어머니처럼 젊은 사람은 할 틈이 없다. 마늘 고추 사과 작약이 일거리가 많다. 논두렁에 검은콩을 심고 우리 집은 콩나물을 내었다. 고무 대야에 나무를 올리고 구멍 나고 물이 잘 빠지는 그릇에 불린 콩을 넣어 물을 자주 주었다. 햇빛이 들지 않게 두꺼운 보자기를 덮었다. 빛을 보면 콩나물 머리가 푸르게 바뀐다. 햇빛을 보지 않고 자란 콩은 노랗게 웃자라 부드럽고 빛을 본 콩나물은 잔뿌리가 나서 억세고 비릿하여 맛이 덜하다. 어머니는 콩나물은 설이 다가오거나 제삿날이 가까우면 기른다. 누구든지 틈만 나며 물을 부었다. 콩나물 콩은 밭에 심는 콩이랑 달랐다. 콩나물을 내는 콩을 심었다. 논두렁에 심은 콩은 자잘한 콩으로 메주콩이 아니다. 콩은 크기에 따라 쓰임이 다른가. 내 눈에는 똑같았다. 논두렁에서 벼와 같이 자라며 볕을 먹고 자란 콩이 시루에서 빛도 없이 쑥쑥 자란다니 놀랍다. 콩나물은 콩이 싹이 나서 뿌리를 밑으로 보고 머리를 위로 스스로 세우면서 자라는 줄 배웠다. 물을 듬뿍 먹어야 하는데 물을 그대로 흘리는데도 잘 자라는 콩나물은 설날하고 제삿날에라도 실컷 먹으라고 쑥쑥 자라 준 듯하다.
2021. 09. 1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