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국어사전 13 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면

2021.04.18 21:22:15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면
[오락가락 국어사전 13] 나머지가 되는 말


  낱말책이 낱말책다우려면 쓸데없이 실은 낱말을 차근차근 털어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군말을 털고, 낡은 말을 털 노릇입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보니 정작 낱말책을 읽으면서 말을 익히기 어려워요. 돌림풀이는 꼼꼼히 살펴서 가다듬고, 군더더기는 빈틈없이 헤아려서 도려내기를 바랍니다.


꼼꼼하다 :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빈틈없다 : 1. 비어 있는 사이가 없다 2. 허술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다
주도면밀(周到綿密) : 주의가 두루 미쳐 자세하고 빈틈이 없음


  ‘꼼꼼하다’를 ‘빈틈없다’로 풀이하면 돌림풀이입니다. 뜻풀이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주도면밀’도 ‘빈틈없다’로 풀이하는군요. ‘주도면밀’은 “→ 빈틈없다. 꼼꼼하다”로 다룰 만합니다.


몸소 : 1. 직접 제 몸으로 ≒ 친히 2.‘편지를 받는 사람이 직접 뜯어보라’는 뜻으로 편지 겉봉에 쓰는 말
친히(親-) : = 몸소


  몸으로 하기에 ‘몸소’입니다. 낱말책에서는 “≒ 친히”처럼 비슷한말을 달지만 이는 털어낼 노릇이고, ‘친히’는 올림말에서 빼거나 “→ 몸소”라고만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이점(利點) : 이로운 점
이롭다(利-) : 1. 이익이 있다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길미 : 1. = 이익(利益) 2. 채무자가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전


  ‘이점’은 ‘이롭다’로, ‘이롭다’는 ‘이익’으로 가면서 ‘보탬·길미’ 같은 낱말을 만납니다. 우리말 ‘길미’를 “= 이익(利益)”으로 풀이하니 옳지 않습니다. 거꾸로 다뤄야겠지요. ‘이점·이롭다·이익’은 모두 “→ 보탬. 도움. 길미”로 다루면 됩니다.


물보라 :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 ≒ 수말(水沫)
수말(水沫) : 1. = 물거품 2. = 물보라
비말(飛沫) : 1.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 2. [북한어] 복잡하게 끓어 번지는 감정의 갈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말·비말’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물보라’나 ‘물거품’ 두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분무기(噴霧器) : 1. 물이나 약품 따위를 안개처럼 뿜어내는 도구. ‘뿜개’로 순화 ≒ 뿜이개 2. [의학] 물이나 약물을 안개 모양으로 바꾸어 기도(氣道) 안에 습기를 가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데 쓰는 기구
뿜개 : x
뿜이개 : = 분무기


  물을 뿝는 연장을 ‘뿜개’로 고쳐쓰라는 낱말책이지만, 정작 ‘뿜개’라는 낱말을 낱말책에 안 싣습니다. ‘분무기’는 “→ 뿜개. 뿜이개”로 다루고, 올림말을 추스를 노릇입니다.


선장(船匠) : 배를 만드는 목수 ≒ 조선장이
조선장이(造船-) : = 선장(船匠)
조선(造船) : 배를 설계하여 만듦
배무이 : [북한어] ‘배뭇기’의 북한어
배뭇기 : 배를 뭇는 일


  배를 ‘만드는’ 일이 아닌 ‘짓는’ 일은, 따로 ‘뭇다’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배무이’를 북녘말로 삼을 까닭 없이 남·북녘 모두 쓰는 말로 다루어야겠고, ‘선장(船匠)·조선장이(造船-)’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로 고쳐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는 새로 올림말로 삼을 만합니다.


임자 : 1. 물건을 소유한 사람 2. 물건이나 동물 따위를 잘 다루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3. 부부가 되는 짝
주인(主人) : 1.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임자’로 순화 2.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3. ‘남편’을 간접적으로 이르는 말 4. 손님을 맞아 상대하는 사람 5. 고용 관계에서 고용하는 사람


  ‘임자’로 고쳐쓸 ‘주인’이라지만, 정작 ‘집주인’이나 “가게 주인”처럼 흔히 씁니다. ‘주인 3’ 뜻풀이는 일본 낱말책을 고스란히 베낀 자국입니다. ‘지아비’는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고쳐쓸 낱말인 ‘주인’인 만큼 ‘임자’를 비롯해서 ‘지기·지킴이·돌봄이’로 그때그때 알맞게 다듬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나무껍질 : 나무의 껍질 ≒ 목피
목피(木皮) : = 나무껍질
수피(樹皮) : [식물] 나무의 껍질. 줄기의 코르크 형성층 바깥쪽에 있는 조직이다


  나무에 가지가 있어 ‘나뭇가지’요, 나무에 껍질이 있어 ‘나무껍질’입니다. 이를 굳이 ‘목피·수피’라는 한자말로 덧씌워야 하지 않습니다. ‘목피·수피’는 낱말책에서 아예 덜어낼 만합니다. ‘나무껍질’ 한 마디만 식물학에서 쓰면 됩니다.


꺾꽂이 : [농업]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 ≒ 삽목(揷木)·삽수(揷樹)·삽식(揷植)·삽지(揷枝)
삽목(揷木) : [농업] = 꺾꽂이. ‘꺾꽂이’로 순화


  낱말책은 ‘꺾꽂이’라는 올림말에 온갖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달아 놓지만, 모두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삽목’을 “= 꺾꽂이”로 풀이할 까닭도 없이 몽땅 털어내면 됩니다.


나머지 : 1. 어떤 한도에 차고 남은 부분 ≒ 서여(緖餘)·여분(餘分)·여영(餘?)·영여(?餘)·잔(殘) 2. 어떤 일을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 3. 어떤 일의 결과 4. [수학] 나누어 똑 떨어지지 아니하고 남는 수
잉여(剩餘) : 1.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로 순화 ≒ 여잉(餘剩) 2. [수학] ‘나머지’의 전 용어


  남은 곳이나 것이기에 ‘나머지’입니다. 이를 한자말 ‘잉여’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낱말책에 잔뜩 달린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 글쓴이 hbooklov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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