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
- 고객 입장 친절 봉사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지하철을 탄 어느 날입니다. 시골에는 버스만 있고 전철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는 지하철을 재미나게 여기면서 즐겁게 타면서 놉니다. 지하철에서도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알림말(안내방송)을 들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고객(顧客) : ‘손님·단골손님’으로 고쳐쓸 낱말
입장(立場) : ‘자리·눈높이’로 고쳐쓸 낱말
친절(親切) : 따스하거나 살갑거나 고분고분한 모습
봉사(奉仕) : 남을 돌보려고 힘을 바치거나 애씀
지하철에서 흐르는 알림말은 토씨만 빼면 “고객 입장 친절 봉사”입니다. 이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앞잡이나 허수아비가 흔히 외치던 말씨입니다. ‘고객’이나 ‘입장’은 고쳐쓸 낱말이라 하더라도 ‘친절’이나 ‘봉사’는 널리 쓸 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 한자말을 엮은 모습을 보면 우리말이 아니라 ‘틀에 박힌 정치 알림글’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손님 눈높이로 이바지하겠습니다
손님 모두한테 따스히 애쓰겠습니다
지하철을 탄 손님 모두한테 따스한 몸짓이나 웃는 얼굴로 마주하겠다는 뜻을 밝히려는 알림말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웃고 포근한 지하철이 되겠습니다”라든지 “늘 따스하게 손님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처럼 새롭게 가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