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밀가루를 꿀과 기름에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과자를 과줄이라 하는데,
오늘날은 이 말도 니혼말 ‘약과’에 밀려 과줄이 무슨 뜻인지 아는 이가 드물다.
우리는 어릴 때 밥과질(밥과줄)이란 말을 어른들한테서 많이 듣고 자랐다.
또 밥과질이 맛있어서 밥과질을 아주 좋아했다.
찹쌀을 쪄서 살짝 얼말려(얼려가며 말려야 튀겼을 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가마솥에 넣고 볶아 집청(조청)에 무친 것인데
설밑이 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먹을거리였다.
검은 콩으로 똑같이 만든 것을 콩과질이라 하고
이것은 아이들보다 구수한 걸 좋아하는 어른들이 즐겼다.
1950해줄, 1960해줄에는 설을 열흘쯤 남겨둔, 바로 이맘때쯤이면
박상장수들이 박상틀을 지고 동네마다 와서 하루 내내
어떨 땐 이틀 내내 박상을 튀겨 주었다.
흰쌀튀김이 가장 많았고 보리, 조, 기장, 강냉이, 밀 따위를 튀겼다.
몇몇 집에서 엿 달이는 냄새가 온 동네를 뒤덮고 박상튀기는 냄새도 마을에 가득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신날 때이다.
우리는 박상이라 불렀는데, 서울 사람들은 튀밥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다.
튀긴 박상을 조청에 무치는데 조청을 불 위에 올려 좀 괄게 한 뒤에
박상을 부어 골고루 섞어 펀펀한 둘레널이나 큰 양은 쟁반에 올리고
홍두깨로 골고루 눌러 차가운 바깥에 내 놓았다가
칼로 반듯반듯하게 잘라 놓은 것이 박상무침이다.
집집마다 마련하는 가짓수가 다르고 맛도 조금씩 달라
아이들이 어른들께 설절(세배)하러 다닐 때 온갖 맛을 다 볼 수 있다.
설날은 아이들한테도 설절을 하고 나면 한상씩 차려내 주니까,
아이들한텐 설날이 한 해 가운데 으뜸이다.
이 멋진 설날, 설절이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오늘날엔 저마다 제 어버이한테나 설절 올리지
온 동네 어른들한테 설절 올리던 좋은 내림이 없어져서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