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마실 - 구미 〈삼일문고〉 

2021.01.23 14:37:36

이토록 사랑스런 마을책집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이토록 사랑스런 마을책집을
책숲마실 - 구미 〈삼일문고〉 

 

  청도내기로 대구에서 길잡님으로 일하는 분이 있어 이분을 만나러 대구마실을 하며, 구미 〈삼일문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같이 가 보시게요. 대구서 구미는 기차로 코 닿을 길 아입니까. 뭐, 기차에 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곧 내린달까요.”


  이내 기차에서 내리고, 기차나루부터 책집까지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는 옷집이 가득하고, 옷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엄청납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진다 싶으니 조용한 마을길입니다. 어쩐지 책집이라면 북새통 옷집거리보다는 조용한 마을자리가 어울리지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들락거릴 복닥판보다는 더 느긋이 깃들면서 마음을 헤아릴 이야기를 누릴 쉼터가 어울리지 싶어요.


  이제 〈삼일문고〉 알림판을 마주합니다. 붉은돌을 촘촘히 올린 바깥이며, 커다란 유리 미닫이가 남다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알맞게 어둡습니다. 책꽂이 높이는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알맞춤합니다. 책을 빼곡하게 꽂지 않았으며, 똑같은 책을 수북하게 쌓는 갖춤새가 없습니다. 구미사람이 쓴 책을 잘 보이는 자리에 곱게 건사해 놓고, 갈래마다 알뜰살뜰 알차게 책꽂이를 꾸며 놓습니다. 곳곳에 걸상이 있기도 하지만, 골마루가 워낙 정갈해서 맨바닥에 앉아 책을 살펴도 좋겠다고 느낍니다. 아래칸으로 내려가는 디딤판도 좋고, 어린이책을 놓은 자리는 아이들이 마음껏 바닥에 앉아서 눈을 끄는 책을 살피도록 헤아렸구나 싶습니다. 만화책을 놓은 자리 옆에는 크고 야무진 나무책상에 나무걸상이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멋진 나무책걸상이라니, 오랜만에 만납니다. 따로 팔지는 않으나 〈삼일문고〉로 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새책집에 깃든 만화 도서관’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삼일문고 만화 도서관’은 부피로만 채우지 않았습니다. 책집지기 스스로 만화라는 책을 사랑하는 손길로 꼼꼼히 가린 자취를 물씬 느낄 만합니다.


  아마 예닐곱 살에 처음 마을책집에 형 심부름으로 만화책을 사러 다녀왔을 텐데, 마흔 해 즈음 얼추 즈믄 곳이 될 이 나라 마을책집을 돌아본 나날을 돌아보니, 〈삼일문고〉는 여태 다닌 마을책집 가운데 으뜸으로 꼽을 만합니다. 어느 마을책집이 책을 사랑으로 읽고 건사하지 않겠느냐만, 책꽂이에 골마루에 불빛에 책걸상에 책집일꾼에 미닫이에 알림글에 …… 자잘한 구석까지 아낌없이 가꾼 매무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합니다.


  하루를 같이 보낸 대구 이웃님이 한 마디 합니다. “이야, 대구에 이런 책집이 있으면 날마다 올 텐데 말입니다. 아, 구미사람 좋겠네.” “이곳은 구미사람한테 가장 좋겠지만, 아마 나라 곳곳에서 이 마을책집 때문에 구미로 찾아오지 않을까요? 구미시장 되시는 분은 〈삼일문고〉한테 고마워해야 해요. 이토록 사랑스레 가꾸어 연 마을책집이 있으니 머잖아 대구에 새롭게 아름다운 마을책집이 태어날 테고, 이 나라 곳곳에도 새롭게 사랑스러운 마을책집이 태어나리라 생각해요.”

 

《노랑나비랑 나랑》(백지혜, 보림, 2017)
《신기한 우산가게》(미야니시 다쓰야/김수희 옮김, 미래아이, 2017)
《파란 만쥬의 숲 4》(이와오카 히사에/ 옮김, 미우, 2017)
《우리들》(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김옥수 옮김, 비꽃, 2017)
《오늘도 핸드메이드! 1》(소영, 비아북, 2017)

 

숲노래 글쓴이 hbooklov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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