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한실 ]
한자말은 왜 우리말이 되지 못할까?
우리 겨레한테 한자말은 아무리 오래 써도 그 뜻이 어렴풋하고 아리송해서 뚜렷하지 않아요.
말뜻이나 말맛이 마음을 울리며 가슴 속으로 파고 들지는 못하죠.
춘우라고 오래 오래 불렀더라도 한번 부른 봄비보다 가슴을 울리지 못해요.
또 동해, 서해, 남해라고 어릴 때부터 듣고 말해 왔어도 우리 겨레한테는 저 넓고 푸른, 그리운 바다로 가슴에 다가오지 않아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라고 말하지요.
노랫말에조차 ‘저 멀리 동해바다 ~~’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이렇게 바보 같은 겹말을 쓰지요.
우리가 옛 한아비들처럼 배달말로 샛바다, 하늬바다, 마파다라고 써왔으면 어리석게 겹말 쓰는 일은 없겠지요.
근해는 가까운 바다, 원해는 먼 바다, ~~양(洋)은 큰 바다 또는 한바다란 뜻이니, 태평양은 고요바다, 대서양은 하늬큰바다, 인도양은 인디아한바다로 불러 가면 어떨까요?
왜얼이(일본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왜말쓰기 좋아하는 나랏님들은 멀쩡한 우리말 ‘다리’를 두고 모든 다리에 한자 ‘~교’를 붙여 이름지어요.
그래서 (물)잠김다리는 잠수교로, 한가람 큰다리는 한강대교라 이름 짓고 무슨 양화대교, 동호대교, 잠실대교…,처럼 백성들 말살이와는 사뭇 다르게 이름짓기를 좋아해요. 이렇게 ‘다리’ 란 다리에는 모두 ‘교’자를 붙여 이름지어놔도 우리 귀와 마음에 ‘교’란 말이 ‘다리’로 잘 다가오지 않으니 ‘잠수교 다리’처럼 겹말을 쓰게 되지요.
나라일 하는 어느 쪽(부서)에서 이 일을 맡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모든 ‘다리’에 붙인 ‘교’를 하루빨리 지우고 우리말 이름 ‘다리’를 되찾아야지요.
이 글을 읽은 분들은 마을이나 솔고을(면)에 있는 다리는 솔고을집(면사무소)에, 고을(시, 군, 구)에 있는 다리는 고을집(시, 군, 구청)에, 고장에 있는 다리는 고장집(도청, 큰시청)에, 나아가 나라집(정부)에 ‘교’를 ‘다리’로 바꾸라고 말틀(잔화)걸면 좋겠어요.
우리 겨레 삶터에 사는 저 푸르른 나무도 오늘날 이 땅에서는 제 이름으로 못 불리고 나무조차 못 알아들을 목이나 수라 불러요.
그래서 보리수나무 아래라 말하지요. 워낙 보리수라 귀에 못이 박히게 듣기는 했는데, ‘~수’가 나무를 뜻하는지 몰라서 겹말을 쓰지요.
보리나무라 하면 될 것을, 하도 보리수나무라 불렀으니 이젠 보리나무라고 하면 뭔가 야릇하고(이상하고), 빠진 것 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침엽수, 활엽수, 상록수, 과수…, 과수나무밭이라 말하는데, 바늘잎나무, 넒은잎나무, 늘푸른나무, 과일나무라 말하면 듣기만 해도 뚜렷하고 가슴이 시원해지지 않아요?
우리말 ‘한’은 크다는 뜻을 가진 말이고 한옥, 한복, 한식, 한우, 한국이라 말할 때 쓰는 ‘한’은 한자말 한(韓)에서 왔고 요즘 와서 쓰는 말이에요.
‘크다’는 뜻으로 쓰는 우리말 ‘한’은 한실, 한길, 한가람(한강), 한내(중랑천), 한바다(대양)처럼 써요.
이와 달리 한자말 ‘한’을 붙여 쓰는 한옥, 한복, 한식, 한우는 그냥 (우리)집, (우리)옷, (우리)먹거리, (우리)소였는데 밖에서 하도 온갖 것을 많이 들여와서 살아가는 누리라 우리 것을 좀 따로 드러내고 싶어 붙인 이름들인데 잘못 붙인 거지요. 이 한자말 ‘한’을 쓰니 뒷말을 모두 백성이 쓰는 말과 딴판인 옥 복 식 우 같이 들어도 무슨 뜻인지 어렴풋한 말이 우리말살이에 들어오고 그래서 우리말을 어지럽히는 까닭이 되지요. 굳이 그렇게 따로 가려내려면 우리 겨레 이름인 우리말 배달을 붙여 배달집, 배달옷, 배달먹거리, 배달소라 하는 게 더 낫지 않아요?
한국, 대한민국도 우리말 이름인 ‘배달나라’나 ‘아침나라’ 또는 ‘빛나라’나 ‘아름나라’라 부르면 더 멋지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한자말 ‘한’은 신라, 고려, 조선처럼 한자말 나라 이름인데, 우리 글자가 없었을 때니까 나라를 세울 때마다 한자를 빌어 나라이름을 지어 적었어요.
이 나라들을 세우고 그 안에서 뉘뉘로 살아온 우리 겨레 이름은 배달겨레지요. 이제 우리말을 적을 수 있는 우리글이 있으니, 나라이름도 우리말로 짓고, 우리글로 써야 마땅하다고 봐요.
한자말은 배운이, 가진이, 벼슬아치들이 오랫동안 떠받들고, 보듬어 왔지만 여느 백성들한테는 언제나 주눅 들게 하는 무거운 짐이었고, 오늘날도 마찬가지예요. 그걸 굳이 많은 사람들이 더구나 아이들이 배울 까닭이 조금도 없어요. 잉글말(영어)이나 다른 나라말을 꼭 배워 익힐 사람들은 아주 깊이 배워 익혀야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우리 겨레 가운데 많지 않아도 되어요.
아이들이 어릴 적 뛰놀아가며 저절로 익힐 말은 빼어난 갖가지 배달말이어요. 겨레말을 오롯이 익혀 겨레얼이 아이들 마음에 뿌리내리기 앞에는 넘말을 너무 일찍부터 배우지 않는 것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