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글쓴이 숲노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바람넣다
사르랑사르랑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늘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어느 날은 산들산들 선들선들 설렁설렁 살랑살랑 하는데, 어느 날은 샤랑샤랑 사랑사랑 소리를 들려줍니다. 얼른 숲으로 와서 푸르게 노래하라고 구슬리는 듯합니다. 바람이니까 ‘바람넣는’ 노래를 들려주는구나 싶은데, 언제 어디에서나 산뜻하면서 보드라이 말을 하고 생각을 지피라고 이끌지 싶어요.
가을빛은 알록달록합니다. 가을숲을 보며 가을무지개가 떠오릅니다. 그저 노란물 하나가 아닙니다. 빨간물투성이도 아닙니다. 노라면서 바알갛고, 붉으면서 누렇습니다. 아직 푸른 기운이 남기도 하고, 짙은 흙빛이 되기도 하는 가을물이지 싶어요. 딱잘라서 무어라 나타내기 어렵지만, 한결같이 울긋불긋 출렁이는 가을물을 바라보다가 이 빛물결에 바로 뛰어들어 마음이며 몸을 새롭게 감싸 볼까 싶어요. 그러니까 가을에는 가을빛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가을바람을 고스란히 쐬면서, 가을볕을 제대로 쬐면서, 가을길을 걷는 가을노래로 한빛이 되면 좋겠어요. 누구라도 노래님이 될 만한 가을입니다. 우리는 늘 노래하는 꽃다운 숨결이지 싶습니다. 훤히 눈을 뜨고 온하루를 맞아들입니다.
구슬리다·꼬드기다·꾀다·부추기다·홀리다·추키다·바람넣다·이끌다·당근·덫 ← 유도(誘導), 유도심문
하나·한빛·-뿐·-만·투성이·마당·판·물결·누구나·누구든지·누구라도·늘·노상·언제나·한결같이·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꽃같다·꽃답다 ← 일색(一色)
고스란히·곧·곧바로·곧장·그러니까·이를테면·딱자르다·똑부러지다·똑소리나다·바로·한마디·또렷하다·뚜렷하다·똑똑하다·잘·환히·훤히·제대로·훌륭히·남김없이·숨김없이 ← 단적(端的)
오늘말. 막서다
서울에서나 시골에서나 길가에 자동차를 아무렇게나 대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니, 자동차를 몰면서 제대로 세우거나 대는 사람이 드물다고 해야 맞지 싶어요. 걸어다닐 자리까지 자동차로 치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아요. 왜 ‘마구댈’까요? 왜 ‘막서’야 할까요?
오늘 우리는 이것저것 잔뜩 누리는 터전인데, 나누는 마음은 잊거나 잃었지 싶어요. 어린이를 헤아리지 못하기 일쑤요, 이웃집을 살피지 않는 어른이곤 합니다. 좋거나 옳거나 바르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길로 나아가는 어른이라면, 어린이는 이런 어른 곁에서 나쁘나 그르거나 잘못이나 저지레나 뒷길을 배웁니다. 몰래질을 일삼는 어른 곁에 있는 어린이가 몰래질을 따라하기 마련입니다.
마구잡이로 구는 어른이 돌보는 어린이는 마구잡이로 동무를 괴롭히는 버릇에 쉽게 물들어요. 자동차를 거님길에 댄 일이 뭔 대단한 허물이나 말썽이냐고 툴툴거리는 어른이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삶은 언제나 실타래처럼 이어가요. 들꽃 한 송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들풀 같은 이웃을 사랑으로 마주하지 못합니다. 마음이 썩지 않도록, 마음이 환히 피어나도록, 잔몸짓 하나부터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마구대다·마구서다·막대다·막서다·아무렇게나 대다·아무렇게나 서다·함부로 대다·함부로 서다 ← 불법주차, 불법주정차, 무단주차, 무단주정차
그르다·나쁘다·나쁜짓·나쁜일·뒤·뒷-·몰래·뒷길·뒷구멍·뒷장사·어긋나다·어기다·잘못·마구·마구마구·마구잡이·막·아무렇게나·함부로 ← 불법
그르치다·그릇되다·어기다·어긋나다·잘못·허물·저지레·탓·때문·말썽·부끄럼질·썩은짓·죽을짓 ← 죄(罪)